정상급 투수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선동열, 최동원은 물론 10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한 이강철, 최고령 선발승의 주인공 송진우도 각각 602경기, 672경기에 출장했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에 30경기, 불펜 투수도 50경기 정도 등판한다고 보면 700경기 출장은 대단한 기록이다.
물론 700경기에 출장했다고 리그 정상급 투수는 아니다.
실제로 강영식의 기록을 살펴보면 통산 700경기에서 30승28패 108홀드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 중이다. 앞서 700경기에 출장한 조웅천, 가득염, 류택현, 오상민, 이상열(LG)도 마찬가지다. 조웅천을 제외하면 모두 4점대 평균자책점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조웅천을 뺀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왼손 투수다. 그것도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원 포인트 릴리프다. 왼손 타자 한 명만 상대하거나, 길어도 1이닝 이상 던지지 않는 투수들이다.
가득염은 19년 동안 800경기에 출전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3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했다. 류택현은 20년 동안 901경기에 나섰다. 특히 2004년 85경기 등판은 2008년 정우람(SK)과 함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오상민 역시 15년 동안 736경기에 출장했다. 17년 동안 752경기에 등판한 뒤 방출당한 이상열은 다시 SK에 둥지를 틀었다. 강영식도 16년 동안 700경기에 등판하면서 KBO 리그 최초 1000경기 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록에서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의 가치가 드러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다.
실제로 2010년 이상열(75경기), 2011년 이상열(77경기), 2012년 이명우(74경기, 롯데), 2013년 이명우(74경기), 2014년 진해수(75경기, SK)까지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투수 모두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수행했다.
분명 기록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투수들이다. 남들 쉴 때도 언제나 등판을 준비한다. 여전히 딱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