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편의' 브로커…괌 사고 유가족 배려 받았을 뿐?

“염씨, 평소 대한항공과 끈끈한 관계 과시”

대한항공 자료사진
검찰이 일명 '땅콩 회항'으로 수감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 청탁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브로커 염모(51)씨와 대한항공의 끈끈한 관계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염씨가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대한항공에서 수의계약 형식의 광고판 계약을 독점해 매년 2억 7000만원에서 3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사실을 보도했다. (11일자 [단독]조현아 '구치소 편의' 브로커, 대한항공과 꾸준한 '밀월관계' )

광주에 있는 염씨 소유의 K사는 직원이 달랑 2명밖에 되지 않지만 15년 가까이 광주지역 대한항공 옥외입간판 사업을 독점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도시 수백 곳에 입간판 광고 계약을 맺는데 한번 선정되면 재계약을 위한 현지조사를 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오래 전 일이라 염씨에게 광고 계약을 준 것을 미리 알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씨도 지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유가족이었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천명에 이르는 유가족 가운데 유독 염씨에게만 특혜를 준 이유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일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지난 1997년 8월6일 대한항공 801편이 괌 아가나 국제공항에 착륙하지 못한 채 공항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니미츠힐' 중턱 밀림에 추락해, 승객 237명과 승무원 17명 등 탑승자 254명 중 229명이 숨졌다.

이 사고로 부친과 여동생을 잃은 염씨는 유족대책위원장을 맡아 서울 강서구 등촌동 88체육관에 있던 합동분향소를 대한항공 연수원으로 옮기는 협상과정 등에서 대한항공 측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염씨와 대한항공과의 '끈끈한'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지난해 염씨와 동업을 했던 정모(50)씨는 "염씨가 사업수완이 좋아 대한항공 관계자들을 여러차례 소개받았다”며 “면세점 납품을 위해 염씨에게 많이 의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는 염씨 소개로 지난해 5월부터 대한항공 의전부장과 부하직원 홍모씨를 만나 인천공항 인근 스카이72 퍼블릭 등에서 3차례 이상 골프라운딩을 하기도 했다.

또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납품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염씨가 한진 서모 대표에게 "면세물품 납품 준비가 다 됐습니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라고 수차례 통화했다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가 언급한 서 대표는 염씨와 함께 올해 초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구치소 편의 제공 청탁을 함께 한 인물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정씨는 또 "지난해 초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갈 당시에도 대한항공에서 이코노믹 좌석을 퍼스트클래스로 두 단계나 무료 업그레이드 시켜줬고, 직원들이 골프백을 태국 공항까지 원스톱으로 옮겨주는 등 VIP 특급 대우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해 8월 중순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염씨가 소개시켜준 의전부장과 부하직원 홍씨를 통해 비행기표를 구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대한항공과 염씨의 특수한 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오랜 기간 이어진 염씨와 대한항공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광고 사업 독점과 각종 편의제공 등으로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염씨가 구치소 관계자를 상대로 외부 진료와 특별면회 등 수감중인 조현아 전 부사장의 편의를 청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대한항공과 염씨의 밀월관계뿐 아니라 조양호 회장 등 그룹 고위층이 편의 청탁에 개입했는지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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