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한국말을 억지로 흉내내는 듯 어눌했지만 그의 당당함의 근거는 무엇보다 자신이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모든 주도권은 자신이 갖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병들고 노쇠한 아버지를 앞세워 자신을 공격한 형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여러모로 보여주려 했다는 평가다.
이 부분을 의식해 '경영과 가정사의 구분'에 대해 잘라 말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신 회장은 "아버지와 형과 화해가 가능하다"면서도 "경영과 가정사는 별개다. 롯데그룹에는 전 세계에 18만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며 경영권 부분에 타협의 여지가 추호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은 '아버님'이란 단어를 네 차례나 사용하는 등 부자간 돈독함을 애써 드러내려 한 것도 다분히 형을 의식한 듯 보였다.
'그룹 전체 매출의 80%가 한국에서 나온다', '아버지가 일본에서 번 돈을 고국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에 롯데를 설립했다'고 얘기한 게 그 연장선으로 읽힌 부분들이다.
돈은 한국에서 벌어서 일본으로 가져간다는 온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이를 부정하려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완전히 바꾸기 전까지 토종기업이라고 해봐야 '공허하고 영혼없는 외침'으로 들린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그룹 중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는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 지분 계열사를 상당 부분 점하고 있어 이 부분이 순환출자 고리를 푸는데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증권사 한 관계자의 분석은 의미있어 보인다.
신 회장이 연말까지 80% 이상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현재 416개나 된다.
"지주회사 전환에 대략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같은 그룹의 투자활동 위축이 우려된다"고 얘기한 부분도 여러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듣기에 따라서 7조원이나 쏟아 부어야 함에도 꼭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투자 위축을 부정적으로 강조한 뒷부분에 무게를 싣게 될 경우 '할 수 없이 떠밀려 하는 것'이라는 인상까지 줬다.
일부 핵심 측근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며 대국민사과를 결단한 신동빈 회장의 당당한 모습은 경영권 굳히기에 들어간 것처럼 일견 보인다.
하지만 이날 사과회견을 지켜본 여론이 시큰둥하다는 것은 아직 성급한 평가는 이르며 결국 소송전까지 가 봐야 끝이 날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