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청주의 한 화장품 제조공장에서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달 29일 오후 2시쯤이다.
자재 구매 관리직인 이모(34)씨는 동료가 운전하던 지게차에 치였다. 비명 소리를 듣고 동료가 나와 119구급대에 신고했지만 이때는 이 씨가 지게차와 바닥 사이에 몸이 끼인 채 5m 가량을 더 끌려간 뒤였다.
이후 구호조치는 더욱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갔다. 119구급대에 신고했던 이 씨의 동료는 갑자기 "단순 찰과상"이라며 회사 후문까지 진입했던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또 동료들은 복통을 호소하는 이 씨의 정확한 상태도 확인하지 않은 채 회사 승합차에 태워 이송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불과 15분 거리의 종합병원을 두고, 이보다 거리가 두 배나 먼 회사 지정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지정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또다시 청주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져야 했다. 결국 사고 발생 한 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이 씨는 복합 골절과 장 파열 등에 따른 복부 내 과다 출혈로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부모를 모시던 이 씨의 갑작스런 죽음에 유족들은 회사 측의 납득할 수 없는 구호조치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 유족은 "처음부터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더라면 한 시간은 일찍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출혈에 의한 쇼크로 숨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회사 측의 구호조치가 산업재해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 사고 직후 회사 측이 구호조치 과정을 숨긴데다 지난해 비슷한 사고 때도 산업재해 신고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들었다. 숨진 이 씨는 지난해 1월에도 지게차에 치여 골절상을 입고 3개월 동안 입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 측은 "처음에 환자를 회사차로 옮긴 사실을 숨기다 CCTV를 확인하자 그때서야 말을 바꿨다"며 "회사의 대처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사고 당시의 현장 목격자가 없었던 데다 의식도 있고 외상도 크지 않아 심하게 다친 줄 몰랐다"며 "처음에 구급차가 늦게 도착한다는 말에 병원으로 빠르게 옮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또 "119를 부르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현장 작업자가 외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협력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 지정병원은 외과적 치료에 있어서는 도내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병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씨의 유족 측은 경찰의 사고 조사와는 별개로 "진실을 밝혀 달라"며 해당 업체의 사업주와 지게차 운전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