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국회의원 정수 확대, 왜 국민에게 이로울까?

예산심사 제대로 하고, 공천권자 아닌 국민의 눈치 보도록 하기 때문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회 자료사진 (윤창원 기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가 야당의 문제제기로 반짝 관심을 끌었지만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으면서 물밑으로 사라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원 정수는 늘리지 않고 현재 300명으로 유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 정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 보다는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왜 국민에게 이로울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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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게 국민들에게 유리하다는 말이냐?

= 그렇다. 당장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국민들에게 손실이 아니라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세비부담 증가로 인한 손실보다는 국민들이 내는 세금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다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 아니 당장 국회의원들에게 들어가는 세비가 얼마인데?

= 국회의원 1인당 세비가 연봉 1억4320만원이고 보좌진과 차량유지비 등을 감안하면 연간 7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제기됐던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제안한 360명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했다가 철회한 369명 이종걸 의원이 제안한 390명 등 세가지 안이 있다.

60명을 늘릴 경우 42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고 90명을 늘릴 경우 경우 630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이 수치만 보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건 불필요한 예산 낭비일 수 있다. 특히 국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받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국회의 예산규모는 전체 예산규모에 비하면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다.

2015년도 예산이 375조 4천억원이고 추경예산이 11조 5천억원 편성됐다. 올해 1년 예산이 386조 9천억원 거의 4백조원에 육박한다.

국회예산은 전체 예산규모에 비하면 0.1%를 조금 넘고 0.2%에는 못미치는 규모다. 이 예산으로 전체 예산을 감시하는 것이다.

▶ 국회의원 수가 적어서 예산 감시가 제대로 안 된다는 거냐?

= 국회의원 숫자가 부족해서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체 공무원 숫자와 국회의원 수를 비교하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국회의원을 차관급 공직자로 보는데 청와대를 비롯한 행정부만 따져도 장차관급 이상 공직자가 국회의원 숫자보다 많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국회가 예산심사에서 제대로 심사한 금액은 전체 예산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예산은 거수기처럼 정부예산안을 통과시키는데 급급했다는 얘기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윤창원 기자)
국회예결위원으로 활동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국회 예결위가 손댄 예산은 3조6천억 원 삭감해서 3조 원을 증액하는 수준인데 이는 전체 375조 4천억 원의 2%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액과 감액을 포함한 실질심사 금액이 2%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그런데도 국회는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6천억원을 삭감했다. 국회의 1년 예산보다 더 깎았으니까 밥값은 한 셈이다.)

김 의원은 "매해 아무리 늘려 잡아도 10조, 전체예산의 3%도 다루지 못한다"면서 "국회 예산심의 시스템, 국회 운영 시스템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예산심사에서 다루는 건 전체예산의 1/20 정도"라면서 "정부가 깎을 것을 예상하고 편성한 10조원에서 20조원도 다 깎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 예산심사를 제대로 못하는 건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하기 때문 아닌가?

= 국회의원들 탓도 있을 것이다. 권력다툼으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정쟁으로 날을 새고 또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느라 심사를 소홀히 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쪽지예산으로 선심성 예산을 타낸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도적으로 전체 예산에 대해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그건 바꿔야 하지 않겠나?

김현미 의원은 "예산의 초기편성 단계부터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예산심의는 결국 수박 겉도 다 만지지 못하고 끝난다"고 제도상의 허점을 꼬집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도 "예산심의의 기간도 짧고 상황대처도 어렵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인정했다.

지금 이대로는 정부예산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부처를 출입하면서 듣거나 본 경험으로도 정부예산 중 불요불급한 예산은 엄청나다. 그렇지만 그걸 감시할 수 있는 국회는 너무나도 소규모고 또 제대로 감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 국회가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의원 수를 늘리는다는 게 말이 되나?

국회 자료사진 (윤성호 기자)
= 물론 그런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계속 놀고 먹으면서 권력을 누리도록 내버려 둬야 하는 거냐? 아니면 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국민들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게하면서 제대로 일을 하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냐?

당연히 국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회가 무력화되면 누가 좋아하겠나?청와대와 행정부다. 국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국회가 무력화되면 청와대나 정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같은 걸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박명림 교수는 "의원 정수 확대가 중요한 이유는 대통령과 관료가 아닌 의회가 국가정책 결정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라며 "의회 규모가 확대될수록 사회갈등이 현저하게 완화된다는 것을 모든 자료들이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선출된 권력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뿐이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행정부가 예산권과 정책결정권, 인사권, 감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국회법 개정안을 논란이 됐던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행정입법으로 불리는 시행령 제정권까지 갖고 있다. 제대로 된 감시를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덩치와 힘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어떻게 국민에게 이로운 거냐?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 최소 다섯까지 이상의 이로운 점이 있다.

첫 번째는 국민들이 제대로 주인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인 국민을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선거 때만 시장 찾고 악수하면서 찍어달라고 읍소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구조다. 왜냐?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인 국민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고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 대구, 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에서 새누리당은 50%가 조금 넘는 득표를 했지만 의석은 몇 석을 제외하고 거의 싹쓸이 했다.(54.3% 득표에 94% 의석차지) 이런 현상은 유권자의 투표보다는 새누리당의 공천이 더 중요시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의원 정수를 늘려서 인구 10만명당 또는 12~3만명에 1명으로 조정하면 당락에 미치는 유권자 1표의 힘이 그만큼 세진다. 정치학에서는 '대표성이 강화된다"고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국회의원 수가 너무 적다. OECD의 기준은 인구 9만7천명에 국회의원이 1명인 구조다. 이 수를 우리나라 인구에 대비하면 국회의원이 510명은 되어야 한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단원제 국가들은 평균 6만2000명당 1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802석이 되어야 한다"면서 "OECD국가인 한국이 선진복지국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제헌의회에서는 인구 10만명에 국회의원 1명 꼴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17만명에 1명인 규모다. 한꺼번에 OECD 수준을 따르기는 어렵겠지만 국회의원 수는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면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회상임위원회가 두 개의 특별위원회를 포함해서 18개다. 예결특위와 윤리특위는 겸직이고 국회운영위와 정보위원회도 겸직이다. 국회의원 300명이 14개 상임위원회에 배치돼 있는데 하나의 위원회에 최소 16명에서 최대 30명까지이다.

제대로 된 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갑수 대표는 "하나의 상임위가 담당해야 할 국가기관이 엄청나게 많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예를들어 19명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분야의 관련 입법과 정부부처의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명림 교수는 "의회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는 재벌, 관료, 검찰, 군대, 사법기구 등을 견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세 번째는 국민들이 절실히 바라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의원 정수가 늘어나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의원 수가 줄어들수록 강화되지만 반대로 의원 수가 늘어나면 특권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이 200가지가 넘는 온갖 특권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의원 수가 많아지면 그 특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네 번째는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원정수가 늘어나면 비례대표가 늘어나면서 전문가그룹이나 소수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서 국민의 대변자가 될 수 있다.

정치학자들이나 국민들은 비례대표가 늘어나면 여성과 청년, 장애인 이런 소수자의 국회 진출이나 학자들이나 전문가, 이런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정치권에 입문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역간 인구편차를 2:1로 줄이도록 했기 때문에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으면 246개의 지역구를 줄이거나 비례대표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역구를 줄이면 지역의 대표성이 떨어지게 된다.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은 한개 지역에 국회의원이 3명이지만 농촌지역에는 6~7개 자치군을 합쳐야 국회의원 1명이 나오는 구조다. 그러면 그만큼 지역대표성이 약화되니까 정치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약해지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재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활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볼썽사나운 후계승계 문제가 국민들의 눈쌀을 지푸리게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에 대해 견제가 가능할까? 국회가 아니면 재벌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재벌 회장의 증인채택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지만 재벌 회장들이국회에 출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게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소될 문제는 아니지만 의회가 활성화되면 재벌에 대한 특혜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그렇지만 국민여론은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데 압도적으로 반대하지 않나?

한국갤럽 설문조사 (사진 = 한국갤럽 자료 캡쳐)
= 그건 그렇다.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 다섯째주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정수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결과 57%는 줄여야 한다. 29%는 현재 적당하다고 답변했다. 86%가 반대한 것이다. 늘려야 한다는 건 7%에 불과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점은 질문이다. 갤럽의 설문조사 질문은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인데요. 최근 선거구 조정이나 비례대표 확대를 위해 국회의원 수를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귀하는 제도 변경에 따라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십니까, 줄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혹은 현재가 적당하다고 보십니까?"이다.

저도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된다고 보느냐? 이렇게 물으면 국회가 하는 일이 뭐 있다고 의원들을 더 늘린다는 말이냐? 라고 반문할 거다. 아무런 배경 설명없이 국회의원 정수 확대만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100이면 100 모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여론이 이렇게 부정적인 이유는 국회의 잘못도 있지만 언론의 잘못도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현행 지역구를 246개로 유지하고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2:1 구도를 위해 비례대표를 123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언론은 국회의원 69명을 늘리려 한다는 데 주목한다. 비례성의 확대는 외면하고 국회의원을 수를 늘리는 문제를 집중 보도하면 누구라도 반대하게 돼있다.

물론 의원정수 논의시점이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과 각 당의 셈법에 따라 유불리를 감안해서 나왔다는 점 등은 비판받아도 마땅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정당학회 회원 중 선거, 정당, 정치과정 전공자 2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견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 111명 중 77.5%인 86명이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선거와 정당, 정치문제를 전공하는 정치학자 111명 중 86명(77.5%)이 현재보다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고, 78명(70.3%)이 총 의석수는 최소 330석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국민들의 정서는 절대 다수가 반대하지만 전문가 그룹은 절대 다수가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국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다는 건 그만큼 국회가 국민들의 감시를 받고 있고 열려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렇지만 정부부처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국민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언론조차도 전체를 알기는 어렵다. 특히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이나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같은 사정기관의 경우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엄청난 예산을 쓰지만 제대로 감시가 안 되는 구조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정수는 늘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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