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지난 7일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롯데그룹을 겨냥해 국민연금공단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었다.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경영 방침을 좌지우지하는 등 분쟁 사태를 노출시켰고, 주가 하락 등으로 시가총액이 하락하면서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의 손해가 예상되자 '주주권 행사'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개입 촉구' 발언 3일 만에 사실상 후퇴를 인정하고 말았다. 그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으로부터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의 보고 내용을 전달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 행사를 하게 되면 다른 제제가 따른다고 한다"며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난점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자본시장법에 의해서 국민연금의 투자부분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소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고 있다"며 "이를 적극적 행사로 하게 되면 다른 제제가 따른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차액에 대한 반환을 해야 하고, 투자액이 (지분의) 5%를 넘었을 경우 공시를 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에서 투자하는 것을 공시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이 다 따라가서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 범위 안에서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며 "지금 소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이 개정 돼야 하고, 또 '연금 사회주의'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각 회사의 경영에 개입하면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을 통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정책위의장은 "현재 자본시장법 내에서 연금이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권리를 행사하기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적극 주주권 행사'를 사실상 철회했다.
국민연금이 현행 수준의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되 그 안에서 최대한 재벌그룹의 '황제 경영'을 감시하고 수익률을 보호할 방안을 찾으라고 당부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롯데그룹 계열사 전체 시가총액은 약 24조원이며, 이중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 비율은 대략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 최대주주(13.31%),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1.06%)의 2대 주주, 롯데케미칼(7.38%)의 4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