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8일 CBS라디오 FM 98.1 (토 16:00~18:00)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임동근 서울대 지리학과 BK 교수
◇ 윤지나> 임동근 서울대 교수의 책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은 '주거'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박원순 시장이 재임 중인 현재를 되짚어 "서울은 도대체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책은 한국에만 있는 행정기관인 동사무소는 언제 생겼는지, 그린벨트는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서울을 둘러싼 통치전략으로서의 개발계획과 건설회사들과 부동산의 관계, 아파트 신화의 기원 등을 흥미롭게 담고 있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서울살이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한때는 '만민의 집주인화'를 추구했던 서울이 이제는 월세 임대시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계층이 생겼을 때 집은 공공재로 서비스돼야 하는 것인지까지. 전세대란이라는, 어쩌면 자본주의 발달에 따른 주거문화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서울. 임 교수는 이런 곳에서 사는 청년들에게 '창업하지 말라'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윤지나> 2015년 현재, '전세 대란'이란 표현이 약해 보일 정도로 전세난이 심하다.
◆ 임동근> 난이 계속 있으니 평상시 같게 됐다.
◇ 윤지나> 난의 일상화다. 전세난이 계속되는 것이라면, 최근 전세대란의 특이점 같은 게 있을까?
◆ 임동근> 계속 심해지는 추이만 있고 나아질 수는 없다. 이렇게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세금을 집주인이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투자처가 없지 않나. 대부분 월세를 선호하게될 수밖에 없다.
◇ 윤지나> 그렇다면 집값을 결정하는 게 무엇일까. 우리가 배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르면 이제 집값이 떨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 인구도 줄고. 빈집이 10% 라는데.
◆ 임동근> 재밌는 통계가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 요즘같이 경제가 세계화 되는 상황에서 계속 값이 올라가는 물건 있고 계속 떨어지는 게 나뉜다. 대표적으로 올라가는 게 집값이고 떨어지는 게 농산물. 이건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 상황이다. 물건이 움직일 수 있으면 싸지고 못 움직이면 비싸진다. 물건이 움직일 수 있으면 아, 여기가 싸구나 하면서 공급처를 옮겨버리면 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공급처를 옮길 수가 없다.
◇ 윤지나> 책에는 그린벨트의 탄생 배경이 사실 환경을 위한 게 아니었다라든지, 아파트는 사실 인기가 굉장히 없는 주거형태였다는 사실이라든지 정책에 따라서 휙휙 바뀌는 주거 환경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다. 나이드신 분들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여러번 목격하셨겠지만, 가장 최근 드라마틱 변화라면, IMF 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 임동근> 그렇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느끼는 당시 상황이 호봉제는 연봉제로 변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이런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경제전반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집과 관련되서 말을 하자면, 인류역사상 대중들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꾼적이 거의 없었는데 IMF 직전 경제성장기에는 그런 게 가능했다. 노동자는 장기근속이 가능하고, 정부는 재형저축이라고 해서 이자율 혜택을 줌으로써 재산축적의 기회를 줌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돈을 모아서 집을 사라'라는 메시지를 주는 시기가 있었다.
◇ 윤지나> 정부 입장에서는 그렇게 은행에 모인 돈이 기업으로 들어가 투자가 될 수 있도록.
◆ 임동근> 저축률이 높아야 기업이 잘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던 것이다. 모아라, 모아라 해서 모은 돈들이 고스란히 집으로 간다. 집을 사게 되면 그 돈은 건설자본으로 해서 다시 산업자본으로 돌아갔었다.
◇ 윤지나> 그 바퀴가 굴러가다가 IMF 때 즈음 되서 더 이상 안 굴러간건가.
◆ 임동근> 보통의 경우 이런 식의 바퀴는 30년 정도 굴러간다. 국내자본축적을 해야되기 때문에. 은행 쪽으로 모으려고 하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20년 장기근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제 정부는 개인들에게 집을 팔거냐, 개인에게 집을 임대하게 만들거냐 고민을 해야 하고, 양쪽 중 어디로 갈까 재고 있는 단계에 왔다.
◇ 윤지나> IMF 전 분위기 지금과 정말 다르다. 지금은 집 사겠다는 생각을 쉽게 안 한다.
◆ 임동근> 그때는 '만민의 집주인화'. 내가 일자리만 있다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다라는 꿈이 있었지만 IMF이후에는 그 꿈들이 갈라졌다. 해고된 사람들도 가진 게 집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나이는 50대 후반 이렇게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집을 소유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정 단계(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서는 경제발전에 해가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 윤지나> IMF 때 이른바 '집을 깔고 앉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된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소득은 없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버티게 할 것이냐 정부의 계속된 고민인 것 같다. 집값이 안떨어지게 하는 것이라든지, 억지로 부양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닌가.
◆ 임동근> 경착륙, 연착륙 이런 얘기를 한다. 너무 급락하지 않게끔 하는 방법들을 고안하는 게 사실이다. 역모기지론을 통해 집만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도 내고.
◇ 윤지나> 그래봤자 모든 사람이 무리를 해서 집을 갖게 한 상황에 대한 후속조치에 불과하지 않나.
◆ 임동근> 인구학적으로 봤을 때 미래세대, 지금의 10대들이 집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자. 양적으로 집이 점점 필요할까? 두 번째로 주택 정책에서 집을 사지 않은 사람에게 사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기에 가까운 일이 됐다. 집값이 올라가지 않을 텐데 일단 빚내서 사라는 것이니까. 지금 정부 정책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든지 집을 통해 투기를 하라는 싸인은 없어졌다. (그런가)
지금 정부가 집을 사라는 정책은 집을 가진 사람들이 두채에서 세채로 늘려야 된다는 것이다. 다주택 소유자들을 예전에는 굉장히 욕 했는데 이제는 정부 입장에서는 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집을 '많이 가져라' 라고 하고 있고, 많이 가질만한 유인은 그 집들에게서 월세소득이 나와야 된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그 집을 통해 금융소득이든 지대소득이든지가 나와야 한다. 금융소득은 기대하기가 어렵고… 그렇다면 월세시장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문제는 월세를 낼 사람들이 많냐? 그렇지도 않다. 이제 월세 수준 자체가 낮아지게 된다. 현재처럼 월급 150만원을 받는 사람이 월세 50~60만원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월세를 살겠나. 못내니까 지금 정부가 주택바우처제도라고 해서 주택 정책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고. 지금은 어떻게 사람들이 월세를 낼 수 있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하는 단계.
◆ 임동근> 일본 경우 젊은층이 자동차 안 사려고 해서 일본 자동차산업이 위기. 거긴 집도 사기 힘들고. 어차피 사봐야 자동차 세금 많으니. 자산을 갖고있는게 부담스런 상황이다. 렌트의 시대, 임대시장의 발전이다.
◇ 윤지나> 그야말로 소유의 종말, 접속의 시대다. 그런데 임대시장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옳다, 그르다 이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현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뭔가?
◆ 임동근> 임대시장으로 가도, 임대조차 못하는 계층이 생긴다. 너무 비싸서 빌릴 수가 없는 것이다. 공공재로서 빌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것인가? 어디까지를 공공재로 볼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중교통은 준공영제다. 집도 마찬가지로 공공이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대상인지 자유시장처럼 '네가 번 만큼만 써라'면서 내몰건지.
◇ 윤지나> 현재 정부정책을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빌릴 수 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게 임대주택, 이번 정부에서는 '행복주택' 정책이었던 것 같은데. 당장 CBS가 있는 목동에서는 행복주택 건설이 무산됐다. 그리고 그게 무산된 것이 이 지역의 축제 같은 일이다. 임대주택 건설 쉽지 않다.
◆ 임동근>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나오는 전략 중 하나가 임대주택에는 빈민만 사는게 아니라 신혼부부도 살고 중산층도 살고 다양하다라는 정책으로 간다는 것이었다.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 정책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예를들면 '래미안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그 주택을 거부할거냐,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다. 장기전세 쉬프트 가보시면 알겠지만 외제차도 간혹 있다.
◇ 윤지나> 현재 진행되는 흐름을 짚어주고 계신다. 과거와는 다른 흐름이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거철이라 그런걸까, 누가 당선이 되면 집값이… 이런 희망을 갖고 사는 분들도 많다. 언제까지 통할까.
◆ 임동근> 부동산만 보고 사시는 전문가들이 있어서. (웃음) 흔히들 말하는 저평가된 지역이 있긴 하다. 그런 데가 있긴 있으니 집값이 오를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면 그린벨트, 집값을 제대로 못 받게 되는 시설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한 10년을 묵혀 둘 생각을 하면 여기서는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처럼 돈이 없거나, 단타로 쳐서 돈을 버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시절이 됐다.
◇ 윤지나> 우리 노동환경이 빤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10년 내다보고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일반적 노동자 환경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는 분들, 화내지 말라.
◆ 임동근> 여러모로 고민해서 귀 기울여보고 집을 사도 증권사 앞에서 전광판 보는 것과 같은 허무한 기분을 갖게 되실 것이다. 올라갈 길이 없다.
◇ 윤지나> 책에는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서울의 주거를 바꿔왔는지가 정말 재밌게 펼쳐진다.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임동근> 효용성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처럼 살면 이 도시에서 어떤 삶을 살겠구나, 이 도시는 어떤 모습이 되겠구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
◇ 윤지나> 요즘에는 권력과 자본에서 탈주하고자 시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닫. 예를들면 아파트가 아니라 땅을 사고, 형태도 자기들 맘대로 하고. 그런 것도 예측의 범위 안에 있나?
◆ 임동근> 청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창업은 섣불리 하지 마라. 월급받는게 최고'라는 것이다. 창업 자체가 자본주의 초기 단계에서 열심히 일하도록 만든 기제였기 때문에 혁신을 바라며 독려된 측면이 있었다. 지금 같이 자본주의가 성숙한 시점에서는 실리를 챙기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