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롯데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6-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롯데는 7회까지 4-1, 3점 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충격적인 뒤집기 패배를 안았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결말이었다. 올 시즌 역전승 1위에 빛나는 한화의 뒷심은 인정할 만했지만 이런 식의 뒤집기는 전혀 짐작할 수 없던 모습이었다. 아무리 불펜이 약한 롯데라지만 그런 패배를 당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화, 홈런 최하위 맞아?
한화는 이날 7회까지 1득점의 빈공을 보였다. 특히 6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다. 롯데 선발 이재곤이 5회까지 4사구 8개를 내주면서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그나마 0-4로 뒤진 7회 김경언의 안타와 김태균의 2루타로 1점을 냈다. 간신히 영패를 면하는가 싶었다.
1-4로 뒤진 8회, 아무리 전날까지 역전승이 29차례인 한화도 뒤집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더욱이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한방이 한화는 부족했다. 올해 홈런 꼴찌의 팀이기 때문이었다.
한화는 7일까지 99경기 78홈런에 그쳤다. 경기당 0.79개, 1개가 채 되지 않았다. 똑같이 99경기를 치렀던 홈런 1위 넥센(148개)과는 무려 70개 차,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신생팀 케이티(0.84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약한 장타력이었다. 지난해도 한화는 팀 홈런 8위(104개), 2013년에는 꼴찌(47개)였다.
4번 타자 김태균이 가장 많은 18개를 날렸지만 리그 전체 10위 밖이었다. 1위(36개) 박병호(넥센)의 딱 절반이었다. 팀내 2위(13개)인 최진행이 금지약물 복용으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영향이 적잖았다. 여기에 장타를 펑펑 쳐줘야 할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가 4경기만 치르고 부상으로 빠진 탓도 있다.
조인성의 시즌 5호, 김경언의 시즌 10호 홈런이었다. 조인성은 2010년 LG 시절 28홈런을 날리기도 했지만 최근 3시즌 동안은 평균 1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김경언은 지난해 8홈런이 2001년 데뷔 후 한 시즌 최다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타자들이 깜짝 홈런을 날려준 셈이다.
▲롯데, 블론세이브 1위 맞네
한화가 잘 쳤지만 한편으로는 롯데 불펜의 난맥상이 다시 한번 각인됐던 경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올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뒷문에 또 한번 뒷목을 잡게 됐다.
올해 롯데는 어느새 10개 구단 중 블론세이브(BS) 1위가 됐다. 시즌 중반이던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두산이 10개, 롯데가 7개였지만 50일 사이에 전세가 역전됐다. 롯데는 8일 한화전까지 15개로 그 사이에 2배 이상 BS가 불어났다. 그 기간 두산은 3개에 그쳤다.
롯데의 BS는 시즌 성적 1위 삼성(5개)의 무려 3배에 이른다. 뒷문이 허약하니 항상 경기 중후반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믿었던 정대현마저도 무너졌다. 4-1로 앞선 1사 1, 3루에서 등판한 정대현은 첫 타자 조인성에게 홈런을 허용했고, 충격이 채 가시지도 전에 김경언에게 결승포를 내주고 고개를 떨궜다.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정대현까지 롯데의 고질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염된 모양새다. 팀 시즌 15개째 블론세이브에 4경기 만에 개인 시즌 첫 패를 안았다. 한화의 예상치 못한 반전의 한방과 롯데의 예고된 참사가 묘하게 오버랩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