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칼 뽑은 안철수, 국정원 벽 막혀 '철수'하나

1년만에 당직복귀…자료제출 강제수단 없어 '난처'
安 "국정원 불법행위 책임물어야…제도개혁 병행"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전면에 나섰지만 국정원의 '벽'에 막혀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진상규명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국정원·전문가 기술간담회는 자료제출 문제로 사실상 무산된 데다가 자체 진행중인 자료분석 작업도 9일 현재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은 일단 이번 주 시작될 국회 안전행정위와 국방위의 현안보고나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진상규명 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국정원 제도개혁을 추진하며 위원회 활동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안 위원장은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거지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든 'IT 보안 전문가'라는 전문성을 살려 지난달 15일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으며 당직에 복귀, 진상규명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1년 만에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터진 의혹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안 위원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제가 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며 "당내에 의사는 더 있지만 보안 전문가는 저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당에서도 위원회 구성 및 운영의 전권을 안 위원장에게 일임했으며, 이후 안 위원장은 4차례에 걸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검찰고발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여당은 "무책임한 공세로 국익을 해친다"며 연일 맹공을 가했지만 안 위원장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정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차분한 정책적 대응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맞섰다.

하지만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아직까지 의혹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안 위원장의 이 같은 포부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야당으로선 국정원에 자료제출을 강제할 수단도 없고,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자료에 대한 분석작업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안 위원장은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 자료 분석작업도 덜 끝났고, 검찰수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번 주에 상임위 현안보고와 함께 국정원 제도개선 및 정보역량 강화를 위한 토론회도 열린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현행법 위반이 명백한 부분이나 직원의 자살 관련 의혹, 외국 사기업에 국가기밀 업무를 맡긴 점 등은 진상규명과 별개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민정보인권 보호 및 사이버 안보능력 강화를 위해 제도개선 등 대책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적당히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당직 복귀를 계기로 향후 야권 재편이나 혁신 관련 역할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제대로 혁신한다면 신당설은 수그러들 것이고 이는 문재인 대표와 혁신위원회에 달렸다"며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혁신방향이 잘못되면 그에 대해선 당을 위해 발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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