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평통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8일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이 여사의 방북 사실을 알리면서 김정은 제1비서의 초청으로 방북했다는 사실 조차 공개하지않고 '우리의 초청'에 의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차관급인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이희호 여사 영접 파트너로 내세우고 김정은 제1비서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남관련 부서 책임자인 김양건 당 비서 등 관련 책임자 조차 이 여사를 방문하지 않았다.
일부 방문단 관계자는 김양건 비서가 외유 중이라는 말은 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맹 부위원장은 이 여사를 영접하며 "김정은 제1비서가 이 여사는 선대 김정일 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6.15 선언을 하신 고결한 분이기에 정성껏 편히 모시고 원하는 모든 것을 해드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방북단의 어두운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김정은 제1비서가 이희호 여사와 면담하지 않은 것은 우선 민간인 신분으로 인도적 지원 목적으로 방북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양 교수는 특히 "이번 방북단에 6.15공동선언 관련자들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김 제1비서의 면담 불발의 주요 원인"이라며 "김대중평화센터가 방북단 구성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번 방북단에 6.15공동선언 당시 참여한 인사들이 포함됐을 경우 북한의 예우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정부도 당초 이 여사 방북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은 세웠지만, 아예 정치인들의 방북을 차단하고 이 여사를 통한 대북 메시지 전달 계획을 아예 세우지 않은 점도 또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또 북한이 현재의 남북관계가 긴장된 상황으로 미뤄 김 제1비서와 면담을 성사시키지 않고 영접 책임자의 격을 낮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을 초청해 북한이 보여준 형태는 결례라는 지적을 받고 받고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전 NBA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은 초청해 환대하면서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초청하고도 만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력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