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위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이희호 여사님의 방북 복귀를 환영합니다'란 플래카드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구 안쪽으로는 공항 보안요원들의 경계가 삼엄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건장한 체구들이 출구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날은 이희호 여사가 방북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이 여사를 태운 비행기는 10시 58분 평양에서 출발했다.
이 여사 도착 예정 30분 전인 오전 11시 30분쯤.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TV카메라기자들은 오디오 싱크를 수시로 확인했다. 사진기자들도 플래시를 연신 터트리며 더 좋은 사진을 뽑아내기 위한 장비 점검에 집중했다.
"도착하셨답니다".
오후 12시 7분. 공항 직원의 안내 말이 나왔다. 방송사 카메라 조명이 켜졌다. 일부 방송사는 생중계를 시작했다.
12시 23분. 문 안쪽이 분주했다. 문 안쪽으로 현장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12시 29분.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이 출구를 나왔다.
12시 33분. 문 안이 조용했다. 기다리는 취재진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희호 여사님께서 간단히 말씀하고 지나가실 예정입니다".
12시 38분. 방북단 중 일행 한 명이 대표로 나와 설명했다. 별도의 인터뷰 요청에 참모진들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정중하게 밝혔다.
이희호 여사가 나타나자 환영객들은 일제히 박수와 함께 "여사님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쳤다.
이희호 여사의 성명문 전문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방북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방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배려로 가능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초청으로 편안하고 뜻있는 여정을 마쳤습니다.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 데 일조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 애육원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더욱 깊이 새기게 됐습니다. 아무쪼록 국민 여러분도 뜻을 모으셔서 6·15가 선포한 화해와 협력, 사랑과 평화의 하나 됨에 역사를 이루게 되기를 바랍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성명 발표가 끝나자 이 여사는 준비된 차를 타고 공항을 떠났다.
이 여사와 함께 방북했던 일행들은 북한 방문 당시 현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