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방북을 마친 이희호(93) 여사와 18인의 방북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8일 낮 12시 42분께 김포공항 국제선 귀빈주차장 출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에 임한 이 여사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이 여사는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받지 않았으나 6·15 정신을 기리며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이번 방북을 매개로 당국간 대화 분위기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기대가 있었지만, 가시적 소득이 없었음을 '민간 신분', '공식 업무 무관' 등의 표현을 통해 에둘러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방북 기간 이 여사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김 제1위원장의 친서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사는 "특히 평양에서 애육원과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국민 여러분도 뜻을 모으셔서 6·15가 선포한 화해와 협력, 사랑의 선언과 평화와 하나됨의 역사를 이루게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2분 10초간의 발언이 끝난 뒤 방북단은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시종 굳은 표정이었던 김성재 전 문화부 장관은 "김양건 당 비서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고, "북측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는 "여사님 말씀이 전부이다. 더 이상은 없다"고 답했다.
한 방북단원은 "김 당 비서는 이번 방북 기간에 북한 국내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김포공항에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진보성향 시민단체 회원 등 40여명이 모여 이 여사의 귀환을 환영했으며, 송예령(14·여·진선여중1) 양 등은 이 여사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 여사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대로 지난 5일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향했지만 기대를 모았던 김 제1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이 면담을 갖는 대신 친서를 통해 사의를 표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친서 역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