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축소 정황이 드러나고 보건복지부가 의혹과 관련해 확인에 들어가자 시 보건당국은 말바꾸기로 뒷수습에 나섰다.
◇ 울산 북구보건소 "메르스 대상자를 복지부에 잘 못 요청했다"
메르스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6월 17일.
울산 북구보건소는 보건복 지부로부터 143번 환자와 밀접접촉이 의심되는 김모(3) 양을 자가격리자로 통보 받았다.
북구보건소는 3살 된 김양이 혼자서 8시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을리 없다고 판단해 보호자인 부모를 추적했다.
이어 자가격리자인 김 양의 부모를 추가 접촉자로 확인했다.
북구보건소는 김 양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각각 능동감시자와 자가격리자로 구분, 메르스 통합정보시스템에 추가 등록 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다.
당시 북구보건소는 김 양을 자가격리자로, 김 양의 부모를 능동감시자로 이미 울산시에 보고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김 양의 부모는 통합정보시스템을 비롯해 울산시 메르스 관련 모니터링 대상자 현황 숫자에도 추가되지 않았다.
이를 포착한 CBS가 6월 19일~7월 20일까지 7차례에 걸쳐 메르스 감염의심자 숫자 조작 의혹과 그 정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문제를 제기한 울산시와 북구보건소는 김 양의 부모의 경우 메르스 환자와의 밀접접촉 등 역학적 연관성이 낮다고 복지부가 판단을 내려줘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CBS 보도에 이어 울산시와 북구보건소의 해명까지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 관계자가 지난달 말 직접 확인에 들어갔다.
보건소가 이미 추가 접촉자를 조사, 구분해서 팩스까지 보내 요청한 사항은 복지부가 등록해 주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를 다시 판단을 내려줄리 없다는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보건소가 통상 복지부에 메르스 통합정보시스템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접촉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팩스를 복지부 중앙자료질 관리팀에 보낸다.
복지부가 확인을 시작하자 북구보건소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북구보건소가 복지부에 김 양의 부모를 추가 접촉자로 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해달라고 한 것은 잘 못된 요청이었다는 것.
복지부 중앙자료질 관리팀 관계자는 "북구보건소 담당자와 통화하니 김 양의 부모는 (추가 접촉자) 대상자가 아니다. 애초 보건소에서 팩스를 잘못 보낸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더이상 북구보건소에 추가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보건소 담당자와 통화할 것을 종용했다.
이같은 북구보건소의 말 바꾸기는 김양의 부모를 추가 접촉자로 확인하고 각각 능동감시자와 자가격리자로 구분한 자체 판단이 잘못 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다.
◇ 복지부 판단을 '받았다'가 아닌 '받아냈다'(?)
그렇다면 복지부 판단에 따라 김양의 부모를 메르스 현황 숫자에서 제외시켰다는 울산시와 북구보건소의 해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북구보건소가 복지부 중앙자료질 관리팀에 팩스를 통해 김양의 부모를 추가 접촉자로 통합정보시스템 등록 요청한 것이 지난 6월 18일.
이어 3일 뒤인 21일 오후 3시 33분쯤 북구보건소는 복지부 중앙대책본부 역학조사팀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통화에서 역학조사팀 관계자가 '자가격리자인 김 양은 143번 환자와 직접적 노출이 없다. 김양을 관리하면서 김양의 부모는 보건소가 자체 관리하라'고 판단을 내려줬다는 것.
즉, 울산시와 북구보건소는 김양의 부모를 메르스 현황 숫자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로, 역학적 연관성이 낮다는 복지부의 판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앞서 북구보건소가 김양의 부모는 메르스 감염의심자 대상자가 아니고 추가 접촉자로 복지부에 잘못 요청했다고 인정했다.
때문에 복지부의 판단에 따라 이들을 메르스 모니터링 현황 숫자에 추가하지 않았다는 울산시와 북구보건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메르스 관련 김 양의 부모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한 북구보건소가 격리구분에 이어 추가 요청까지 잘 못 했다면 굳이 복지부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거다.
복지부 판단과 상관없이 북구보건소는 김 양의 부모에 대한 자체조사가 잘못 되었으니 추가 접촉자 요청을 취소한다고 재요청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CBS의 메르스 감염의심자 숫자 조작 의혹보도가 나가고 이틀 뒤 그리고 추가 접촉자 요청하고 사흘 뒤에 복지부 역학조사팀의 답변을 받았다는 것.
이같은 답변을 듣고자 복지부 관계자와 통화 당시, 북구보건소가 김 양의 부모에 대해 자체 조사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북구보건소가 직접 현장에 나가 김 양과 김 양의 부모를 조사했기 때문에 복지부는 보건소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해 판단을 내려줄 수 밖에 없다.
애초 김 양의 부모에 대한 판단을 받은 게 아니라 북구보건소가 숫자 조작 의혹을 물타기 위해 복지부로부터 대답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더욱이 자체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굳이 복지부의 답변까지 받아낸 것은 조작 의혹에 대한 면죄부를 받아 내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김양의 부모와 관련 메르스 역학적 판단 등에 대해서 CBS는 황병훈 울산북구보건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황 소장은 "한 달도 넘은 메르스 추가 접촉자의 역학적 판단 내용이 그렇게 중요하냐"며 "이미 다 해명했기 때문에 다시 왈가왈부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보건소가 이미 자체 판단한 김 양의 부모에 다시 판단해 줄리 없다고 복지부가 답변했다고 하자 그는 "당시 메르스 상황이 긴급하게 진행되어서 복지부가 기억 못 할 수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김 양의 부모를 격리대상으로 구분하고 복지부에 요청한 과정을 묻자 황 소장은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자세한 사항을 잊을 수 있지 않냐,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며 "더 이상 답변할 게 없다"고 했다.
메르스 감염의심자 숫자 조작의혹을 둘러싼 울산시와 북구보건소의 말바꾸기와 뒷수습 시도에 대해 사법기관이나 시의회 등의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