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10일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1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특별사면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사면 규모는 민생사범과 단순 경제사범, 교통법규 위반자 등을 포함해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LIG 넥스원 구본상 전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번 광복절 사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경제살리기와 국민 사기진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사면의 명분이 없어 제외시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 등 경제인들을 포함시킴으로써 박 대통령의 또 다른 대선공약 파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면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은 횡령 혐의로 4년형을 받았고 한화 김승연 회장은 배임 혐의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1월16일 대선공약을 통해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전직 대통령들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면서 사면권 남용에 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 2005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임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을 사면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실세들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사면하는 것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고 주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었다.
또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2013년 1월 26일에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측근 천신일 전 세종나모여행 회장을 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려하자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과거 (대통령) 임기말에 이뤄졌던 특사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 하루 전인 28일에는 “만약 사면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더 높였다. 당시 사면 대상에는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포함돼 있었지만 사면에 대한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 사면 계획으로 공약과 원칙을 깨뜨렸다는 야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6일 “재벌 총수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권 남용은 대한민국에 재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이라며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강행한다면, 박 대통령 스스로 원칙을 깨고, 대선공약 불이행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기업인 사면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반대했다는 지난달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부패한 재벌총수에 대한 자의적 사면권 행사는 도리어 힘없고 배경 없는 국민 사이에 위화감만 조장해 국론 분열을 가속시킬 것”이라며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이 경제살리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