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을 받는 인물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신동주·동빈 형제의 이복누나인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위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행에 동행했다.
지난달 28일 아버지와 함께 귀국한 신 이사장은 현재 롯데호텔 34층에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거처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아버지 곁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직접적인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서서 이번 사태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과 함께 지난달 15일 그룹 전현직 대표 10여명을 차례로 불러 신동주 체제 구축에 대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쇼핑 사장을 맡아 면세점 사업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신 이사장은 '신동빈 체제'가 들어선 이후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면서 신동빈 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롯데 계열사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는 신 이사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룹 일부를 분리해 본인 몫으로 가져가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88) 씨도 장남과 차남 중 누구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놓고 변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베일에 가려진 광윤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하츠코 씨 또는 그의 친족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츠코 씨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에 들어왔다가 1일 일본으로 다시 출국한 하츠코 씨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두 아들 사이의 의견 중재 역할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츠코 씨가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이냐'는 질문에 "신동주·동빈 모두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어머니로서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타협점을 찾아내려 노력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었다.
신영자 이사장, 하츠코씨보다는 부각이 덜 됐지만 신동주·동빈 형제의 부인들도 이번 롯데 사태의 뒤에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으로 재미동포 사업가의 딸로 알려진 조은주 씨는 언론에 특별히 노출되지 않다가 지난 2일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방송 인터뷰에 함께 출연하면서 대중 앞에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조 씨가 야망이 크지 않은 신 전 부회장을 부추겨 경영권 확보 투쟁에 나서도록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국내 방송 인터뷰 때 조 씨와 함께 등장해 이 같은 소문을 더욱 확산시켰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은 지난 3일 롯데호텔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해 "현명하고 똑똑하다"면서도 "다만 욕심이 좀 없는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입국했던 조 씨는 지난 3일 홀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 곁에 머물며 국내 분위기를 살피는 동안, 조 씨가 일본에서 고준샤와 우리사주 등을 접촉하거나 시어머니 하츠코 씨를 만나 지지를 호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부인 오고 마나미(大鄕眞奈美) 씨는 수면 위로 드러나는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마나미 씨는 현재 일본에 두 딸과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으며 그 역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고 한다.
마나미 씨는 일본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大成) 건설의 오고 요시마사(淡河義正) 부사장의 차녀다.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을 졸업한 재원으로 일본 황실의 며느리 후보로 거론됐다는 소문도 있다.
이밖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미스롯데 출신 서미경(55) 씨,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 서유미(32) 롯데호텔 고문은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