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계류 중인 재벌개혁 법안을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노동시장 개혁을 화두로 던진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롯데 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야당은 '노동개혁'보다 '재벌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지만 삼성에 이어 롯데 경영권 문제를 보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한국 경제의 최대 모순은 노동이 아니라 재벌의 지배구조와 가족경영, 상속 경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며 내걸었던 공약에도 담겨 있다. 이 약속만 제대로 지켜도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재벌개혁 관련 법안들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과 김기식 의원이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등이 있다. 박영선 의원도 지난 3일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재벌의 지분 싸움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겨냥하고 있어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주식 매각이 불가피해 그룹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김 의원이 발의한 독점규제법안도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끊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은 야당의 대표적인 경제 민주화 법안으로 꼽힌다.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강철규 공동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가 출자총액제도를 없애는 등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폈고, 박근혜 정부가 이 정책의 부작용은 손대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순환출자만 막는 쪽으로 추진하면서 현재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은 마치 재벌 개혁에 자신들이 앞장서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데, 재벌개혁에 관련한 법안들이 이미 제출돼 있다. 이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은 재벌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은 연계하면 안된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우선 노사정위원회에서 당장 시급한 노동시장 개혁부터 논의하자는 것이 새누리당의 생각이다.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 등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과제라는 논리다.
여당 노동개혁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야당이 노동시장 개혁과 재벌개혁을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연결시키는 것인지 일단 와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류가 있는데 다른 것을 거기 끼워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필요하다면 일단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고, 노동시장 개혁과는 다른 논의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