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디스카운트, '재벌지배구조' 때문이다

[재벌지배구조 무엇이 문제인가②]

최근 시장정서와 맞지 않거나 후진적인 재벌그룹들의 행태가 잇따르면서 한국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 가격을 받지 못하는 코리아디스카운트가 더 악화되는 것 아닌가는 우려가 높다. 재벌지배구조와 문화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CBS노컷뉴스에서는 그 실상과 문제점, 대책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후진적인 재벌지배구조…셀프 디스카운트 부추긴다
2.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황제경영
3. 제도보다는 운영…주주권 제대로 행사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민 기자)
우리나라 재벌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재벌그룹을 황제처럼 지배하고 있다는데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최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형제간 후계다툼의 촌극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 6월말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0.05%, 여기에 신동빈 한국롯데회장 등 일가 지분을 합치면 2.41%이다.

다른 재벌그룹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대 재벌그룹의 총수 지분은 0.9%, 총수일가 지분을 다 합치면 2.7%.

어떻게 이렇게 적은 지분으로 총수와 총수일가가 거대한 재벌그룹을 이끌 수 있을까.

그 답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순환출자에 있다.

삼성그룹을 예로 들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보험에, 삼성생명이 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삼성SDI, 삼성SDI가 다시 제일모직에 출자하고 있다..

삼성이 이번에 무리하게 추진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되면 순환출자 단계가 줄어들어 삼성은 보다 안정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의 순환출자를 통해 10대 재벌그룹의 재벌계열회사를 포함한 내부지분은 49.2%에 이른다.

한마디로 재벌그룹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을 가지고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지분을 늘려 전체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이런 구조는 창업주세대에서는 비록 독점과 경제력집중에 대한 비판이 일었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경제개발시대에는 재벌그룹이 우리 경제를 일으키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일조한 공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창업주는 불모지 환경에서 치열하게 투자의사 결정을 했고 그 덕택으로 우리 경제가 오늘의 성장을 이뤘지만 그 후손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3, 4세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이고 창업주와 같은 처절한 투자의사결정 프로세스 경험이 전혀 없다”고 제브라투자자문 이원일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주와 같은 기업가정신이 없는 3,4세가 재벌그룹 경영을 맡게 되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돈을 쌓아놓고 있든지 상대적으로 돈 벌기 쉽고 안정적인 사업을 좇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공룡인 재벌기업이 규모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과 자주 부딪치면서 불공정시비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겠다..

더욱 큰 문제는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지분을 적게 갖고 있는 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보다는 자신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이익을 가로채는 편법적인 경영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지분을 적게 갖고 있는 회사 수익이 늘어봤자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1년말을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38개 재벌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0%에 가까운 계열사에서 일감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과 같은 문제성 거래를 한 것으로 발견됐다.

이로 인해 총수 일가가 챙긴 수익은 엄청나다.

233명의 총수 일가는 1조 5천 6백억원을 투자해 13조 8천 9백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9백%에 가까운 수익률이다.

이런 편법 경영이 가능한 것은 재벌그룹 내 총수일가가 황제경영을 하기 때문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교수는 “경영능력이 없는 재벌 3,4세가 굳이 경영에 나서는 이유는 경영을 통한 프리미엄이 많다는 얘기다. 적은 지분으로도 황제경영을 통해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편법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벌총수 일가는 적은 지분을 갖고 있지만 재벌그룹 내에서는 황제처럼 군림한다.

그룹 내에서는 총수의 말이 바로 법이다. 아무도 반대하지 못한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고 주주들의 경영감시활동도 제한적이다.

단적인 예가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건이다.

“(정몽구 회장이) 지분을 3,4% 들고서 시세보다 3배 비싸게 주고 10조 짜리 땅을 사는데 아무도 간섭 못하고 이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발표 전날 들었다고 한다. 이게 과연 글로벌 컴퍼니냐. 총수 한 사람이 내린 결정이 과연 효율적이냐?”고 이원일 대표는 반문했다.

김우찬 교수는 “경영능력이 없는 3,4세가 황제경영을 한다고 나서면 재벌그룹이나 우리 경제에는 시한폭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의 말처럼 시한폭탄을 막기 위해서는 소유와 지배구조의 괴리를 줄이고, 경영능력이 없는재벌 3,4세의 황제경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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