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권력관계에 의해 일어납니다. 이번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학생이고 여교사들입니다. 교사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발언권이 약한 갓 부임한 교사이거나 기간제 교사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계에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신속하게 다루고 더 이상의 피해상황이 나오지 않토록 해야 하는 학교 내 안전장치는 작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 안타깝게도 가해자인 당사자들이 이 안전장치를 움직이고 의사결정을 하는 담당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학교내 폭력사건 대응 매뉴얼에 의하면 학교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최초로 사안을 다루게 되는 ‘성고충상담위원회’ 또는 ‘전담기구’는 교감을 위원장으로 하고, 보건교사, 상담교사로 구성됩니다. 여기에서 다루어진 사안은 교장에게 보고되고 교장은 교육청에 보고하는 것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대체로 사건을 보고받은 교장은 성폭력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기준 없이 그가 가진 통념에 의해 스스로 사안을 판단해서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피해교사와 학부모들이 여러 차례 피해사실을 얘기했음에도 학교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도 하지 않고 교육청에는 단지 전화 한 통을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 꺼려했고 심지어 밖으로 유출하지 말라고 은폐까지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논 모양새인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가 잘못을 했다느니, 사소한 것을 가지고 궂이 드러내면 조직생활하기 힘들다는 등 왜곡된 통념이 난무합니다. 가해자들 역시 친밀함의 표현으로 또는 평상시 말버릇이 그렇기 때문에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통념 즉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전 국민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할 학교교장과 관리자들은 서류처리를 위한 상부 보고용 교육을 치를 뿐이다.
최초 사건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내 성고충처리위원회에는 반드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합니다. 그나마 전문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보건교사와 상담교사의 지위도 높여야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에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 기구를 상설 가동시켜야 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처럼 학교관리자들의 문화적 지체 현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하여 학교관리자들을 위한 강도 높은 특별 교육이 실시되어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