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나선 롯데家 형제…안 하느니만 못한 '한국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이어 여론전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부족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왜색논란은 재벌가 경영권 다툼에 따른 후유증 만큼이나 롯데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신 전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머리를 깊이 숙였다.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미안하다"면서 자신을 해임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서 등은 "법적 효력이 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발언의 내용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한국어 실력이다. 받침을 제대로 소리내지 못하는 등 발음 면에서 일본식 억양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신 회장은 다소 어눌하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이날은 대국민 사과와 취재진과의 응답 과정에서 그의 실력이 '생생히' 드러났다는 게 다른 점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생중계 등을 통해 신 회장의 발언을 직접 들은 누리꾼들이 "국적만 한국인", "차라리 성명을 내지, 직접 목소리 내서 역효과"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신 회장이 "롯데 매출의 95%는 한국에서 발생한다"며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돈은 한국에서 벌어간다는 뜻"이라며 비난이 거세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박종민 기자)
앞서 국적과 관련한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은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통제하는 지배 구조에서부터 시작된 바 있다. 여기에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일본어로 진행하면서 왜색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한국 롯데까지 경영하겠다면서 한국어를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도 시작됐다.

또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대화가 일본어로 이루어졌다는 점, 가족들끼리 서로를 일본 이름으로 부른다는 점 등이 반 롯데 정서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이른바 ‘해임지시서’까지 일본어로 작성되면서 기업의 의사결정 체계가 일본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편 경영권 분쟁의 주인공인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두 사람의 어머니는 일본인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씨다. 신 회장의 경우 아내도 일본인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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