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하게 장막에 쌓여있는 기업 지배구조, 창업주의 자기마음대로식 독단적인 황제경영, 그룹 지배권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부자·친형제·친족간 진흙탕 싸움 등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줄줄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매출 83조원에 임직원 10만명, 80여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는 대기업 그룹 집단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눈꼴사나운 전근대적인 재벌경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기업 지배구조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특히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롯데홀딩스 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광윤사(고준샤:光潤社)의 지분구조는 파악이 전혀 되지 않고 있을 정도다.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호텔롯데는 2013년 공모사채 발행을 추진했다가 금융당국이 한국을 비롯한 일본쪽의 지배구조 자료 제출을 요청하자 꺼리면서 아예 이를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일가는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얽히고설킨 400여개의 순환출자로 계열사를 거느리며 황제경영을 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신 총괄회장은 전체 그룹 주식의 0.05%만 갖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일가의 보유주식을 모두 합쳐도 지분율이 2.4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의 밀실 황제식 경영의 문제점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東京)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주요 임직원 10여명을 갑자기 불러 모아 손가락으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6명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반적으로 등기임원이사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 같은 신 총괄회장의 구두지시가 법적 절차와는 관계없이 그동안 롯데그룹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관행을 방증해주는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가 법적 절차보다 우선시된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신 총괄회장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지시서로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이인원 롯데그룹정책본부 부회장 등 3명을 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법상 하자가 있는 만큼 효력이 없다는 것이 한국 롯데그룹의 주장이다.
롯데그룹의 폐쇄식 경영도 재계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실제 2006년 롯데쇼핑을 상장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이 관련보고를 했을때 신 총괄회장은 내켜 하지 않았다고 롯데그룹은 전했다.
이처럼 기업공개를 싫어하는 신 총괄회장의 경영방식 때문에 2013년 기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 가운데 상장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반면 신 회장이 경영해온 한국 롯데그룹에는 상장 계열사가 9개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보고서를 쓰기 위해 롯데그룹 한 계열사의 IR(Investor Relations·기업설명회) 담당자에게 관련자료를 요청하면 공개를 꺼릴 정도로 기업문화가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부자·친형제·친족 등간 피도 눈물도 없는 진흙탕싸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신동빈 대 '반 신동빈' 구도도 엿보이고 있다.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장녀인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편에서 서서 신 회장을 강력 비난하며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형제간의 다툼은 롯데그룹에서는 처음 일이 아니다.
신 총괄회장 본인도 동생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었다.
1958년 그는 자본금 150만원으로 롯데를 설립하면서 남동생들과 골고루 나눠 가졌다. 동생들에게 중요한 역할도 맡겼다.
그러나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을 제외하고는 둘째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과 넷째 남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은 신 총괄회장과의 다툼으로 모두 회사를 떠났다.
신 총괄회장은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과도 법적 싸움을 했다.
신 사장의 남편 김기병 회장이 운영하는 롯데관광이 있는데 롯데그룹은 2007년 일본 관광대기업 JTB와 합착해 롯데JTB를 설립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한국 재벌의 특성상 재산이나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는 친인척간 싸움은 롯데그룹에만 국한되지 않고,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집단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보다 합리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