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지만, 결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침묵하던 스타들이 최근 너도 나도 악성 네티즌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제 더 이상 '강경대응'을 외치는 스타가 특별하지 않을 정도다.
배우 진세연은 직접 김현중 사건 관련 루머 및 악성댓글과 맞섰다.
논란은 김현중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전 여자친구 최 씨가 30일 첫 공식입장을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최 씨는 지난해 7월 중절 수술 이후 김현중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을 설명하며 그 이유가 김현중과 여자 연예인 J양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이후 'J양'에 대한 추측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 김현중과 함께 드라마 '감격시대 : 투신의 시대'를 촬영했던 진세연이 유력 인물로 지목됐다.
진세연은 자신의 SNS에 "저 아니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말라"고 글을 남겨 일침을 놓았다. 진세연의 소속사도 곧바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진세연은 앞서 지난해 7월에도 도 넘은 악플에 시달려 네티즌들을 고소했지만 사회봉사활동 및 반성문을 받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 선처한 바 있다.
걸그룹 카라가 소속된 가요기획사 DSP미디어도 칼을 빼들었다. DSP미디어는 루머 유포 및 확산 그리고 악성 댓글에 대해 강력 조치하기로 했다.
DSP미디어는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카라, 레인보우를 비롯한 DSP미디어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된 악성 댓글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근거 없는 루머 양산이나 인신 공격성 악성 댓글 등으로 아티스트 본인의 정신적 피해는 물론, 가족 및 주변 지인에게까지 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대응 이유를 밝혔다.
기획사 차원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루머 및 악성 댓글에 대한 대응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적극적으로 고소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에 이어 올해는 그룹 2PM 멤버들까지 악성 댓글의 희생양이 됐다. 오랜 시간 참아왔지만 결국 지난 5월 고소로 마음을 굳혔다.
당시 JYP는 "2PM 멤버들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수년간 외모 비하, 성적 모독,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을 일삼아 왔던 악플러를 경찰서에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걸그룹 소녀시대 태연과 그룹 JYJ 김준수는 직접 악성 댓글 네티즌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이들 역시 수년 간, 수위 높은 악성 댓글을 감내하며 상처 받아왔다. 법적 조치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지만, 악성 댓글은 처음이 아닌 것.
태연은 최근 SNS에 "몇 달 전 소속사와 상의 끝에 악의적인 글과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법적인 방법으로도 진행이 시작됐고, 추가로도 할 생각이다. 팬들도 자료가 있다면 보내달라"고 글을 게시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 주변 지인 그리고 팬들까지 심하게 상처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가슴이 아팠다는 말도 함께 남겼다.
김준수는 "(악성 댓글을 보며) '제가 더 열심히 하면 진심을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다는 판단을 했고,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회사 법무팀과 진지하게 상의할 생각이다. 팬들이 본 자료가 있다면 소속사로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가하면 배우 이시영은 지난달 사생활 동영상에 대한 증권가 정보지(찌라시)가 퍼지자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최초 유포자 및 근거 없는 비방 및 루머 확산 주체를 모두 형사 고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배우이자 한 인간인 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상처를 안겼기 때문이다.
선처나 침묵으로 일관하던 스타들이 이처럼 변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 '선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잔뼈가 굵은 한 업계 관계자는 "연예계 전반에 무조건 덮어놓고 보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들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루머 유포자나 악성 댓글 네티즌에 대한 강경 대응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 번의 선례가 생기자 전반적인 흐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오래 참아 왔던 연예인들도, 새롭게 당한 연예인들도 말로만 '강경 대응'이 아니라 고소를 가시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온라인 환경도 한 몫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찌라시' 유포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찌라시'가 돌아다니고 거기에 계속 살을 붙여 퍼진다"면서 "악성 댓글도 마찬가지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는 더 쉽게 말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이로 인한 여론 형성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초기에 잡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