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청소년시기부터 음악과 함께 했다. 가수, 작곡에 소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음악 자체가 좋았다. 음악은 그에게 위안이었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음악은 늘 현실 너머에 걸려있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는데 도움 줄 것이라는 믿음도, 음악을 구실 삼아 세상을 살아보겠다는 용기도 없었다.
때문에 대학시절은 음악과 무관하게 보냈다. 우선, 전공으로 선택한 컨벤션산업 분야에 시간을 투자했다. 전도유망하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도 받았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곳의 이런저런 현실을 접하게 됐다. 젊음을 바쳐 일할 만한 분야는 아니라는 확신에 이르렀다. 그래서 군대를 제대하고는 공인회계사로 진로를 바꿨다. 1년 가까이 준비했지만 이번에는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접었다. “정말 원하지도 않는데 공부를 해서 이 일을 하게되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 끝에 얻은 결론이었다. 그러는 사이 다음달 졸업을 앞두게 됐다. 졸업을 유예해가며 닥치는 대로 입사 서류를 내고 있지만 실패의 연속이다.
최근 예비군 훈련장에서 며칠을 보냈다. 무위, 할일없음의 대명사인 예비군 훈련장은 사색하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그 곳에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봤다. 동시에 미래를 내다봤다. 잊고 지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대는 걸 느꼈다. 음악이 한때 자신의 꿈이었던 사실도 다시금 음미해봤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뭔지를 까먹고 살았던 것 같다." 그는 이날의 감정을 자신의 '취준일기'에 그렇게 기록했다.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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