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단일 후계구도'로 정리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법적 절차를 이유로 신 전 부회장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지만 다소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0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에 대한 해임 지시서 2장을 공개했다. 지시서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의 직위를 해제한다는 것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사장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해임 지시서를 공개하며 "모든 것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였다"고 밝혔다. 특히 "쿠테타라는 표현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며 "아버지께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입장을 말했다.
또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간 것은 이사들이 그만두라는 말을 듣지 않아 직접 움직인 것"이며, "큰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누구의 편도 아닌 중립 입장에서 아버지가 걱정돼 일본에 따라간 것"이라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러면서 고령에다 노쇠한 신 총괄회장을 일본으로 데려가 해임 발표를 유도했다는 롯데 측 주장에 대해서도 "신 총괄회장이 현재 건강하고 판단력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지시서에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 서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원 인사 등과 관련해선 이사회의 의결 등 상법상의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해임지시서만으로는 효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반격은 이날 오전부터 본격화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며 신 회장과 롯데그룹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
이와 함께 신 전 부회장은 향후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 교체 안건을 건의하는 등 재반격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귀국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신 회장 이외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큰딸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반격에 나서고 있는 신 전 부회장 등 롯데 그룹 일가들은 서울에 모여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현재 신 회장이 31일 오후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일정이 유동적이라 29, 30, 31일 모두 비행기 예약을 대기해 놓은 상태"라면서 "예정이 있긴 하지만 내일 입국한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 업무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회장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이 31일 귀국해 롯데 일가가 모두 모여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전에 경영권 관련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