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강도가 된 서울대 출신 교사… 불운 속 도박에 빠져

지난 20일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강도사건 피의 최모(53)씨가 검거됐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검거된 최모씨가 조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 최씨는 "사채 5천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잠원동 새마을금고에서 장난감 권총을 들고 강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최모(53)씨는 서울대를 졸업 후 교직 생활까지 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3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최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 후 1981년 서울대 사범대에 입학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 1988년 2월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교직 생활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최씨는 2년여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사업이 자리를 잡자 최씨는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며 독립했다.


승승장구 할 것 같던 그의 인생이었지만 우리나라를 덮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그늘을 피해갈 수 없었다. 1999년 사업이 부도났고, 이후 도로 위의 퀵서비스 기사가 됐다.

최근 그의 삶은 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20대 큰 아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형사 합의금 3000만원을 사채로 빌린 것. 생활비마저 쪼들리면서 2000만원을 추가로 빌려 빚은 모두 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으면서 생활은 급격히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려 그가 꼽은 잘못된 선택지는 도박. 150만원의 월급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2~3차례는 꼭 과천 경마장과 정선 카지노장에 다닐 정도였다. 도박으로 월급을 탕진했고, 사채 빚이 쌓인 상황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었다. 결국 범행을 계획했다.

아들에게 사줬던 장난감 권총을 들고 잠원동 새마을금고를 찾았다. 4년 전 통장을 만들기 위해 왔던 곳이었다. 청원 경찰도 없고 폐쇄회로(CC)TV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장난감 총으로 직원을 위협한 뒤 현금 2400만원을 빼앗고는, 퀵서비스를 할 때 썼던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꿈꿨던 그는 CCTV 전문가 수십 명을 투입해 수사를 벌인 경찰에 결국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선 조사 과정에서 최씨가 최종 학력을 고졸이라고 진술한 것은 '차마 서울대 졸업생인 것을 말하기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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