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 신중권 판사는 후배 여순경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구속기소된 김모(51) 경위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명령했다고 29일 밝혔다.
김 경위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 A순경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인 김 경위는 A순경과 2인1조로 자살기도자 구호 등의 업무를 위해 야간순찰을 하던 도중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A순경은 지난해 12월 임용돼 1년 동안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받아 정식 임용이 결정되는 시보 신분으로, 김 경위는 A순경을 관찰하고 면담하는 책임지도관이었다.
A순경을 김 경위의 성추행에 대해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장시간 순찰차 안에서 함께 근무해야 하는 데다 자신의 임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김 경위의 범행을 외부에 알리기 쉽지 않았다.
결국 견디다 못한 A순경이 지난 5월 청문감사관실에 김 경위의 범행을 신고하자 김 경위는 A순경의 집 앞까지 찾아가며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신 판사는 "경찰관으로서 책임지도관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명분으로 딸 또래인 피해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표현을 일삼고 강제로 추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 조사를 받자 자신의 행위를 적극 부인하는 한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가족을 대동해 A씨의 집에 찾아가 늦은 밤까지 합의를 요구하는 등 두려움과 고통에 떨게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적극적으로 말로 표현하지 않아 싫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진술은 피고인의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피해자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내몰았다는 점 등을 보면 엄벌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