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기범으로 내몰린 '제2의 송파 세 모녀'…무슨 사연?

월세집 쫓겨난 뒤 사기 행각…수배령만 125건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지난해 '송파 세 모녀'가 생활고에 찌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이번엔 빚에 시달리다 사기범으로 내몰린 제2의 송파 세 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강모(29·여)씨는 똑부러지는 살림밑천 큰딸이었다. 아버지와 이혼한 뒤 우울증을 앓던 엄마를 대신해 고등학생 때부터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했다.

지난 2011년엔 정부지원금을 받아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지만 2년만에 4천만원의 빚만 끌어안았다.


강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 안에 있던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매자들이 의외로 돈을 쉽게 송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013년 여름, 송파구 삼전동 허름한 월세집에서도 쫓겨난 세 모녀는 전국의 모텔을 전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큰딸 강씨의 주도로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미싱기계와 녹즙기, 휴대전화와 아이돌 콘서트 티켓 등을 판다는 허위 글을 올리고 자신들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이들 모녀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서울과 경기, 창원, 청주, 대구 등 전국적으로 100여명, 피해액은 5천900만원에 달했다.

125건의 수배령이 내려진 세 모녀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났다가 지난 22일 잠복중이던 관악경찰서 집중수사반에 검거됐다.

사건을 인계받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5일 주범인 큰딸을 구속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강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가정폭력으로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한 뒤 저 혼자 생계를 책임지다 지금까지 이르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신용불량자였지만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강씨는 "마땅히 가족과 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사기글을 올렸다"며 뒤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강씨의 여동생(28)과 어머니 정모(50)씨는 불구속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박모(60) 여인과 지병을 앓던 30대 두 딸이 송파구 석촌동 지하 월세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수억의 빚더미에 올라 힘겨워하던 이들은,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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