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그룹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건 전날인 27일 오전.
이 일본행에는 신 전 부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 등 다른 친족도 함께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은 신 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롯데그룹도 모를 정도로 예상 밖의 일로 여겨진다.
이들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27일 오후 4시쯤. 당시 사무실에는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신 씨 일가 3명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집행임원 등 모두 1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손으로 자신을 제외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6명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하라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 해임 지시 명단에는 지난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차남 신동빈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신임하는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다카유키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 해임을 하면서 이 같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만 93세의 고령의 나이인 신 총괄회장이 상황 판단이 흐려진 틈을 타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동생의 '1인 체제' 후계구도를 막으려고 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상황을 주시하지 않고 즉각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지난 주말부터 사업 보고를 받기 위해 일본에 체류 중이던 신 회장은 27일 소식을 듣자마자 다음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28일 오전 9시반. 신동빈 회장은 아버지와 형인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없는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에서 신 총괄회장을 전격 해임했다.
전날 신 총괄회장이 이사진 6명을 해임한 것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로써 '롯데家 왕자의 난'은 거의 하루 만에 진압됐다. 노화에 따라 다소 약해진 상태로 알려진 창업주 신 총괄회장은 잠깐 장남의 편에 섰다가 경영 2선으로 후퇴하게 됐다.
일단 신 총괄회장의 전격 해임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신동빈 회장의 1인 지배 체제로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 계열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데다 동빈-동주 형제이 보유 지분이 비슷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