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대외비 문건인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시뮬레이션'을 CBS 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해 분석한 결과 19대 총선 득표결과를 기준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가정할 경우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했다.
해당 문건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할지 여부, 비례대표 선거를 권역별, 혹은 광역시도별, 전국별로 할지 여부, 그리고 각 당에서 제기한 선거 방식 등 모두 35개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현행 지역구 246석을 유지한 채 선관위가 제시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2:1에 맞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총 의석수는 현행 300석에서 371석(비례 125석, 보정의석 도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지난 19대 총선 득표결과를 기준으로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지역구 127석, 비례대표 43석으로 의석수가 늘어나지만 전체 의석수가 이보다 크게 늘어나 의석점유율은 오히려 45.82%로 떨어지게 된다.
새누리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통해 지난 총선에서 50.67%의 의석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대선 당시 합당한 자유선진당까지 합칠 경우 의석점유율은 52.34%에 이르러 확고한 다수정당 지위를 유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시 의석수가 지역구 106석, 비례대표 38석으로 현행제도보다 의석수가 늘기는 하지만 의석점유율은 42.33%에서 38.81%로 축소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양대 진영의 연대를 염두에 둘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어느 진영이 이득을 볼지 그 결과는 명확하다.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으로 4.33%의 의석점유율을 보인 통합진보당은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시 지역구 7석, 비례대표 34석으로 의석점유율이 11.05%로 급증하게 된다. 자유선진당도 전체 13석을 얻어 의석점유율이 3.50%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늘어나는 의석의 상당수를 통합진보당이 흡수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통합진보당이 내란음모사건으로 추락했다는 점에서 20대 총선에서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의당이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진보와 보수연합을 결성했다고 가정했을때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시 보수연합은 49.32%의 점유율을 얻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통합진보당의 진보연합은 49.86%의 의석점유율을 기록해 보수연합의 의석점유율을 앞서는 결과가 도출된다.
지난 5월에 작성된 이 문건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 선물을 주는 꼴이 된다.
이에 따라 이 문건은 "선거제도의 변화는 새누리당의 의석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우리 정당정치에 지각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새누리당은 선거법 개정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
전국을 인구 비례에 따라 5~6개의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의석수(지역+비례)를 배정한 뒤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각 당이 나눠가지는 제도다. 예를들어 A정당이 특정 권역에서 20%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지역구 당선자가 한명도 없더라도 20%의 의석을 가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