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경찰이 운전자 김모씨에 대해 호흡측정을 한 뒤 다시 채혈측정을 요구한 것은 위법해 무죄'라는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13년 6월 인천 부평구의 한 교차로에서 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나들다 차량 3대와 또 부딪힌 뒤 멈춰섰다. 이 사고로 10명이 다쳤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호흡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24%가 나왔고, 면허정지 기준에도 못 미치자 사고 피해자들이 혈액측정을 요구했다.
경찰이 김씨의 동의를 얻어 혈액을 채취해보니, 혈중알코올농도 결과는 10배 높은 0.239%가 나왔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김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반대로 무죄라고 판결했다.
"경찰관이 호흡측정을 한 뒤 다시 채혈측정을 요구한 것은 위법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이라는 김씨의 항소를 받아들인 거였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상 '호흡 측정 결과에 불복하는 운전자에 대해 동의를 받아 혈액채취 등의 방법으로 다시 측정할 수 있다'고 한 조항을 "혈액측정은 운전자가 호흡측정 결과에 불복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봤다. 혈액측정은 경찰이 아닌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도로교통법과 관련해 "혈액측정은 호흡측정의 오류로 인한 불이익을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따라서 "운전자가 불복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허용하려는 규정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음주운전 혐의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 운전자의 동의를 얻어 혈액 채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김씨가 정상적인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술에 상당히 취한 상태였고, 비정상적인 운전을 한 점 등을 근거로, 대법원은 "당시 호흡측정 결과가 오류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