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점수 차면 역전할 수 있고, 승리를 위해 성큼 달아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만루에서 홈런을 많이 때린 선수는 그만큼 상대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준다.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 무대에서 최고 '만루홈런의 사나이'는 누굴까.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에서 올 시즌 통산 최다 타이 기록이 나왔다. 단독 1위의 탄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카무라, 데뷔 9년 만에 왕정치와 동률
가장 최근에 탄생한 최다 '그랜드슬래머'는 일본이었다. 지난 24일 나카무라 다케야(32 · 세이부)가 니혼햄을 상대로 4점포를 날리며 일본 통산 공동 1위에 올랐다. 나카무라는 15개째 만루포로 일본 홈런의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75)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나카무라가 단독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재 30대를 갓 넘긴 한창 때인 데다 통산 301홈런 만에 15개의 그랜드슬램을 날릴 정도로 만루에 강했다. 오 사다하루 회장은 통산 868개 홈런 중 만루포가 15개였다.
2007년 데뷔한 나카무라는 이듬해 46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2009년(48개)과 2011년(48개), 2012년(27개)과 지난해(34개) 등 5번이나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도 29홈런으로 퍼시픽리그 1위를 달린다. 4위(20개) 이대호(33 · 소프트뱅크)와 차이가 적잖다. 올해만 벌써 3개의 만루홈런을 날린 나카무라는 조만간 오 사다하루 회장을 넘어 통산 단독 1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범호, KBO 리그에선 독보적
이범호는 지난 5월 10일 넥센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목동 원정에서 7회 만루포를 터뜨렸다. 이러면서 박재홍(42)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11개를 넘어 심정수(40 · 은퇴)와 함께 통산 최다 타이를 이뤘다.
특히 3-6으로 뒤진 가운데 나온 역전포라 더 임팩트가 컸다. 이날 KIA가 11-6으로 이기면서 이범호의 만루포는 결승타가 됐다. 넥센전 11연패를 끊은 한방이었다. 그랜드슬램의 위력과 짜릿함을 동시에 보여준 아치였다.
이범호 역시 이르면 올 시즌 통산 최다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해만 벌써 2개째를 쏘아올렸다. 현역 중에서는 이승엽(39 · 삼성)이 10개로 뒤를 잇고 있다.
2000년 데뷔한 이범호는 통산 240홈런을 기록 중이다. 나카무라보다 만루포는 다소 적지만 전체 홈런에서 비율은 살짝 앞선다. 또 이범호는 2010년 한 시즌은 일본에서 뛰었다.
▲'단연 1위' A-Rod, 약물 논란 '옥에 티'
야구 삼국을 통틀어 가장 많은 만루포를 때린 선수는 역시 야구 본토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40 · 뉴욕 양키스)로 무려 24개나 된다.
로드리게스는 이미 지난 2013년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9월 21일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서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팀 전설 루 게릭을 넘어선 신기록이었다.
다만 이후 로드리게스는 만루포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 징계로 지난해를 통째로 날린 가운데 올해 23개의 홈런을 날렸지만 이 중 그랜드슬램은 아직 없었다.
지난 1994년 빅리그에 데뷔한 로드리게스는 21시즌 동안 677개의 홈런을 날렸다. 이 중 24개가 만루포로 약 28개당 1개 꼴이었다. 이범호와 나카무라의 약 20개당 1개 꼴에 비해 빈도수는 조금 떨어진다.
韓·美·日을 주름잡았던 만루포의 사나이들. 로드리게스에 이어 이범호와 나카무라도 과연 통산 단독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