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핵심자료 제출 없이 진행된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는 사실상 국정원의 해명만 듣는 식으로 끝났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정보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이 원장은) RCS 관련 모든 일은 임 과장의 주도로 해 왔고, 임 과장이 모든 책임을 져 왔다. (국정원에서) 임 과장이 사망하면서 상당 부분을 알 수 없게 됐다는 보고를 여러 번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인 임 과장은 자신의 빨간색 마티즈 차량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그는 RCS와 관련한 파일을 삭제했다며 민간사찰은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신 의원은 "이병호 국정원장은 '데블엔젤' 등도 임 과장이 사용한 이메일이고 이것을 임 과장이 직을 떠나면서 후임자가 이어받아 써왔다고 해명했다"면서 "언론에서 '데블엔젤'로 지명하는 김 모씨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 실종 당일에 대해서도 "임 과장이 나오지 않아 위치추적 시스템을 가동한 뒤 인근의 직원이 가서 소방관과 합류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임 과장이 숨지기 전 삭제했다고 밝힌 파일에 대해서는 "DEL키는 RCS에 있는 것을 썼고 컴퓨터는 업무용 컴퓨터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삭제 권한은 국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보고내용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삭제 권한이 없이 어떻게 삭제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는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승인없이 자체적으로 자료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국정원은 임 과장의 자료삭제 과정에 윗선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 임 과장이 자살 전날인 지난 17일 새벽 1~3시에 파일을 삭제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당초 DEL키로 단순 삭제해 복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주일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서버용량이 600기가바이트로 크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포렌식이란 각종 디지털 데이터 및 통화기록, 이메일 접속기록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기법을 의미한다.
이 의원은 "오늘 국정원에서 국내 사찰은 100% 없었다고 했고, 국정원장 직을 걸겠다고 했고, 또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며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해명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100% 소명한 것이고, 또 이후 제기될 의혹에 대해서도 모두 소명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국정원이 민간사찰이 없었다는 근거를 내놓지 않아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장이) 계속 믿어달라고 하는데 믿고 싶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라는 것이 여러 의원들이 말하는 것"이라면서 "(자료제출에 대해) 아직 국정원에서 답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상임위에 대해 저희는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오늘 상임위가 성립되려면 30개가 넘는 자료에 대한 소명이 있었어야 하는데 거의 100% 가까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정원의 말바꾸기 의혹도 제기됐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그간 국정원이 '실시간 감청이 안된다'고만 했는데 오늘 답변하는 과정에서 계속 '녹취록'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내용을 들을 수 없는데 어떻게 녹취록이 존재하냐고 했더니 '실시간 감청이 안된다고 말을 했을 뿐이지, 그 대화의 전체 내용이 녹음돼 저장된다'고 말했다"며 말바꾸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는 국정원이 제공한 자료나 구체적인 증거없이, 국정원의 해명을 듣는데 그쳤다.
한편 여야는 일단 여야가 추천한 내·외부 전문가들과 국정원 내부 전문가들 사이 간담회를 갖는데 합의했다.
이는 삭제 자료 복구 시간 등 기술적 문제에 대해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이나 전문가 구성 등은 정보위 여야 간사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