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다시 '제로 베이스'를 천명했다. 경력이 아닌 실력을 잣대로 삼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젊은 피들이 펼칠 무한 경쟁이 막을 올린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 대표팀 소집 첫 날인 27일 오후 파주NFC에서 열린 첫 훈련을 앞두고 "A매치 출전 횟수가 20회가 넘든 경험이 전혀 없든 간에 그런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른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선수 기용 방침에 대해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발탁되거나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슈틸리케호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3경기 동안 모든 선수들에게 다 출전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표팀에 들어오는 선수라면 의욕과 열정을 갖고 합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은 엄격하다. 동료들과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 (이번에 합류하는) 23명의 선수가 15개의 각기 다른 클럽에서 뛰고 있다. 각기 다른 축구 철학이나 전술 아래서 평소 경기를 해왔을텐데 이들이 얼마나 빨리 한 팀이 돼 조화를 이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아시안컵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4.3세다. 유럽파가 모두 빠졌고 그 자리를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 혹은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기량을 점검해보고 싶은 선수들로 채웠다. 동아시안컵 대회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을 위한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 명이라도 더 보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었다. 동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은 그 결과물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선발과 동시에 편견을 버렸다. 대표팀은 각자가 속한 팀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새로운 관점에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동아시안컵 대회에 임하는 목표를 밝히지 않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목표를 말하지 않은 이유는 지금 팀이 얼마나 해줄 수 있는지를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파들과 함께 할 때는 그들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예상이 가능했다. 지금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는 계속 점검해왔지만 대표팀 안에서는 어느 정도 해줄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