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국정원 RCS 감청, 적법성 논란 여지"

내부 문건 "RCS감청, '감청설비 없이 휴대폰 감청 불가능' 국정원 주장과도 배치"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정원 불법감청 의혹과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가정보원이 원격제어시스템인 RCS(원격제어시스템)를 구입한 것은 맞지만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해명한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청 방식은 적법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RCS는 감청설비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도입한 나나테크와 국정원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주장과 배치됨은 물론 과학기술정책과 정보통신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미래부가 RCS 활용의 위법성을 지적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 내부문건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 미래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도입과 관련해 미래부는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청 방식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특정인을 감청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의 허가 또는 대통령의 승인이 필수적이므로 관련 절차를 준수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관련 절차를 준수했더라도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한 감청방식의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부는 그 근거로 "누구나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 프로그램)을 전달‧유포해서는 안 된다"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를 제시했다.

미래부는 특히 "통신비밀보호법상 해킹 소프트웨어를 통한 감청 방식을 허용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감청 허가(승인) 요청 때 감청 방식을 적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의 해명대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도감청을 했더라도 관련법이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도감청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법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스파이웨어 등 악성프로그램을 이용해 해킹프로그램을 유포한 행위는 적법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부는 또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적용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감청을 집행했다면 "그동안 감청협조설비가 없어 휴대전화 감청 집행이 불가능했다는 기존 국정원의 주장과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미래부의 이런 입장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양희 장관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날 최양희 장관은 "감청설비를 도입할 때 (업체는) 미래부 인가를 받고,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게 돼 있는데 미래부 인가도, 정보위 보고도 없었다"며 "나나테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했고 국정원도 관련법을 위반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RCS는 소프트웨어로 (현행법상) 감청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고 답했다.

RCS가 원격으로 스마트폰의 카메라나 녹음기능을 실행시키며 도감청 도구로 활용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소프트웨어를 감청설비로 보지 않기 때문에 RCS를 도입하며 미래부에 신고하지 않은 나나테크가 현행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도감청 도구로 활용되는 RCS를 감청설비로 판단하고 RCS의 도입 및 활용을 감시, 감독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유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법적을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련 기관과 협의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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