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26일 밤 11시를 기해 "태풍 할롤라의 세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자정무렵에 열대저압부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해남부먼바다의 태풍 예비특보와 남해동부앞바다 및 동해남부앞바다의 풍랑 예비특보 발표 가능성이 적어졌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일본 쪽에 머물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태풍의 이동 경로가 동쪽으로 급하게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태풍 '할롤라'가 한반도를 크게 빗겨간 것은 다행이지만 이달 중순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의 영향권 예측 실패에 이어 '할롤라'의 이동경로도 또 맞추지 못하면서 기상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앞서 기상청은 태풍 '찬홈'이 중국 대륙쪽을 스치고 북한쪽에 상륙할 것이라고 예보하면서 군산과 충남 해안 등을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두 지역 모두 순간최대풍속이 각각 초속 17m, 23m에 달했다.
태풍 영향 반경의 포함 기준은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5m일 때다.
◇ '찬홈'에 이어 '할롤라'도 경로 예측 실패
기상청은 24일 오전만해도 태풍 '할롤라'가 26일 밤 제주 서귀포 동쪽을 지나 27일 아침 부산 앞바다를 통과할 것으로 예보했다.
같은 시간 일본 기상청은 태풍이 부산으로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쓰시마를 거쳐 대한해협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할롤라'가 예상보다 동쪽으로 크게 선회하면서 한국과 미국, 일본 기상청의 예보는 모두 빗나갔다.
기상청 최정희 예보분석관은 "태풍은 위쪽의 찬공기와 아랫쪽의 따뜻한 공기, 기압, 온도 등 여러 에너지 조건에 따라서 수시로 이동경로가 변할 수 있다"며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내놓는 수치모델이 조금 더 발전되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분석관은 "각 나라가 여러 관측장비를 활용해 수치모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경험 많은 통보관들이 예보를 한다"며 "다양한 관측자료를 물리적인 스킴 방정식을 통해 복잡하게 계산하지만 하루, 이틀 뒤의 상황을 특정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 "예보의 바탕인 한·미·일 수치모델 더 발전돼야…"
기상청은 우리나라 항공과 해양 관측자료를 수치모델로 만들고 미국과 일본의 수치모델 등을 통합해 예보자료를 만든다.
또 세계기상자료통신망(GTS)을 통해 각국의 관측자료를 넘겨받고 관측자료가 없는 곳은 인접 구간과의 상호 예측을 통해 한국형 수치모델을 만든다.
이를 토대로 통보관들이 예보를 하게 되는데 수치모델 자체가 틀릴 때가 많다는 것.
최 분석관은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미국과 일본 역시 태풍 상륙 전 이동 경로를 수시로 수정했다"며 "혹독한 예측 과정보다 최종 결과물로 평가받기에 비판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오는 2019년까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