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로서 ‘황혼’을 넘긴 4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남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는 김병지는 26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1992년 K리그 데뷔 후 700번째 출전을 기록했다.
K리그 33년 역사에 전에 없던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도 다시 나오기 어려운, 말 그대로 ‘전무후무’할 대기록이다.
1970년생으로 올해로 45세의 김병지는 데니스 이와무라 부산 감독대행을 제외한 한국 국적의 K리그 클래식 11개 팀의 감독의 대부분과 나이가 같거나 오히려 더 많다. 김병지보다 나이가 많은 감독은 김학범 성남 감독과 최강희 전북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뿐이다. 브라질 출신 데니스 감독대행 역시 1979년생으로 김병지보다는 한참 어리다.
하지만 김병지는 선배는 물론, 동기와 후배까지도 지도자로 전업한 2015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런 김병지의 K리그 700경기를 기념하는 26일 광양전용구장은 그야말로 ‘김병지’를 위한 축제가 한바탕 열렸다.
김병지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몸담았던 포항 시절 백업 골키퍼였던 신화용은 대선배의 기록을 잊지 않고 기념 화환을 보냈다. 김병지는 후배의 깜짝 선물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화용이는 내가 있을 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지만 노력을 많이 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성장해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신화용의 깜짝 화환에 이어 김병지의 K리그 700경기를 축하하는 선물은 또 있었다. 바로 김병지의 세 아들, 김태백과 김산, 김태산이 경기 전 시축자로 나선 것. 김병지의 세 아들은 경기 전 귀빈 자격으로 양 팀 선수단과 악수를 나눴고, 김병지는 그런 아들들이 귀여우면서도 대견한 듯 차례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축구를 하는 세 아들은 멀찌감치 공을 차 관중의 큰 박수까지 받았다.
기분 좋은 3-1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한 김병지는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700번째 경기를 찾아준 팬과 만나는 시간까지 가졌다. 전남 구단은 김병지의 700경기 출전을 기념해 경기 후 그라운드를 팬에 개방했고, 많은 팬이 김병지를 비롯한 전남의 많은 선수들과 직접 만나는 행운까지 누렸다.
경기 후 김병지는 "축하받는 자리, 기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 너무 고맙다"면서 "100번째 경기만 이기고 나머지 경기는 매번 졌는데 매번 지라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