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가정불화와 우울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건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8일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양씨는 6살 난 아들의 보육 문제로 남편 김모(32)씨와 다툼을 벌였다.
감정이 격해진 남편은 이때 집을 나간 뒤 찜질방을 전전하며 귀가하지 않았다.
아들과 남겨진 양씨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산후 우울증을 앓았던 양씨는 3개월 전 또다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해 오던 상태였다.
결국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양씨는 다음 날인 19일 스스로 자신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하는 참극을 벌였다.
자신에게 막말을 한 남편이 원망스러워 아들과 함께 세상을 뜨려 했다는 게 경찰에서 한 양씨의 진술이다.
양씨의 남편에 대한 원망의 흔적은 집안 곳곳에서 발견됐다.
집안 벽면 등에서 '너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등 양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귀 여러 개가 발견된 것이다.
양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남편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았다.
25일 오전 10시께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에서 청주 청원경찰서로 압송된 양씨는 취재진에 "(남편이)자기는 평생 안 볼 수 있다며 아이와 둘이 나가 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장 컸다. 자살을 결심한 뒤 혼자 남게 될 아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봐 일을 저질렀다"며 눈물을 흘렸다.
양씨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는 도피 생활을 하던 중에도 계속됐던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아이를 따라 죽으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씨가 경찰에 자수할 당시 그의 가방 안에서는 번개탄과 수면제, 칼 등이 발견돼 실제 그가 자살을 시도했음을 미뤄 짐작케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피 생활을 하면서 몇 차례 자살 시도를 한 것 같은데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보통 우울증 환자는 주변 상황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기 마련"이라며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양씨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1일 아들을 살해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린 뒤 종적을 감췄던 양씨는 닷새간 대전과 서울 등지를 돌며 도피 생활을 해오다 25일 오전 2시 30분께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에 자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