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일기] 강릉산 예비 축구기자 "山을 옮긴다는 생각으로…"

FC서울 명예기자로 활동하며 기자 꿈 키우고 있는 김상래씨 편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스포츠 기자, 더 정확히는 축구 기자가 되고 싶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이미 정해진 진로였다. "축구만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는 유명한 축구감독의 말을 듣고 축구 이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서도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영어를 전공하면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독서클럽에서도 열심히 활동했다. 대학교 때 별명이 '김기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지는 않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렇게 불렀다. 사람들 만나기 좋아한다고 해서, 이야기 듣고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을 붙여줬다. 대학을 졸업한 이제는 별명이 아닌 진짜 기자라는 이름을 얻고 싶었다.

사실 지난해 가을 어렵사리 작은 인터넷 언론사에 합격했다. 그렇게 원하던 기자 명함을 갖게 돼서 기뻤다. 그러나 여건은 너무 열악했다. 정치부에 배속됐지만 현장 취재 보다는 '기사 수 늘리기'를 강요받는 일이 반복됐다. 인턴 기자 월급도 96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5개월만에 퇴사했다. 그 곳을 나왔으니 그 보다는 더 여건이 좋은 언론사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퇴사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면서 솔직히 자신감도 옅어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FC서울의 명예기자로 일하고 있다. 물론 무보수다.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마음으로라도 위안을 얻고 있다. 상반기 우수명예기자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FC서울 경기가 있을 때면 경기장에 임한다. 현역 스포츠 기자석 뒷자리에 앉아 그들의 뒤통수를 보며 경기를 취재한다. 나도 언젠가는 그들 옆에 나란히 앉아, 그들과 경쟁하며 취재를 하고 싶다.

허정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 당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나도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산을 옮긴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정진해야겠다.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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