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조정위원회는 23일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전자 등의 기부로 공익법인을 설립하라"고 밝혔다.
김지형 조정위원장(前 대법관)은 삼성전자의 기부는 삼성전자가 이번 사안을 사회적 의제로 해결해나가겠다는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태도와 초일류 기업의 위상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내는 데 적합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사업체들의 연합단체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기부해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김 위원장은 "공익법인은 권고안에서 제안하는 여러 공익목적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구"라며 "이 법인이 조정권고안에서 정한 원칙과 기준을 준수, 보상과 대책과 관련한 조정위원의 권고를 수행하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조정위가 삼성전자에 제안한 기부금 액수는 1000억이다. 반도체 협회 측에는 '협회가 판단하는 적정한 규모의 액수'를 권고했다. 이 기부금은 공익 기금으로 조성돼 공익법인의 설립을 위한 자금과 법인 설립 뒤 공익 법인의 목적사업인 보상 사업과 재해예방대책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보상액은 직업병 피해자의 질병의 요양에 소용되는, 이미 사용한 치료비와 향후 치료비를 포함하고 업무관련성의 개연성이 높은 발병자는 요양비 이외 추가로 보전액이 더해진다.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는 위로 보상금이 지급된다.
조정위는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도 강화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익 법인이 선정, 위촉한 3인 이상의 옴부즈만이 매년 지속적으로 삼성전자의 재부 재해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한 확인 점검에 들어간다. 이 외에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도 요구했다.
조정위는 아울러,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기자회견과 개별 사과문 발송 방식을 통한 사과도 함께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의 질환이 발병한 것과 관련한 문제가 근로자 측에서 일찍이 제기됐음에도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아 이들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사과의 뜻을 표시하라"고 말했다.
향후 조정당사자인 피해자 가족, 반올림, 삼성전자 측이 10일 뒤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 조정안은 수용된다.
반올림 측은 "권고안 내용이 상당해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다만, 꼼꼼이 살펴보고 균형에 맞게 잘 됐는지 판단한 뒤 조정안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측은 "내용을 더 들여다봐야하지만 삼성전자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들어간 것 같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가족분들과 신중히 협의를 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들도 다수 자리에 참석했지만 "따로 입장을 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