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청 과학수사계는 23일 오후 2시 30분 브리핑을 열고 "번호판 바꿔치기 논란이 일고 있는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마티즈 차량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해 유사상황에서 재연실험,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한 결과 번호판 색이 실제 색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가 된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나눠보면 차량 진행에 따라 동일한 번호판이 밝은색 또는 어두운 색으로 변화하는 것이 관찰됐다"며 "동종차량(1999년식 빨간색 마티즈·녹색 전국번호판)으로 동일 시간대 재연 실험을 10여 차례 실시한 결과 녹색 번호판이 흰색으로 왜곡, 변형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경찰은 그러면서 "저화질 폐쇄회로(CC)TV로 촬영할 경우 빛의 간섭, 화면확대에 따른 깨짐 현상 등으로 번호판 색깔이 왜곡돼 다른 색으로 보일 수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며 "이러한 현상을 '빛의 간섭'이라 하며 피사체가 과도한 빛에 노출될 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영상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살 직후인 오전 6시 18분과 22분, 자살 장소에서 각각 2.4㎞와 1.4㎞ 떨어진 지점에 설치된 34만, 41만 화소 저화질 폐쇄회로(CC)TV에 찍힌 것이다.
경찰의 재연실험은 23일 오전 6시 20분쯤 자살장소에서 2.4㎞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 폐쇄회로(CC)TV(41만 화소)로 실시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실험차량의 주행 시에도 임씨 마티즈 차량과 동일하게 번호판은 흰색으로 나왔고, 정지 상태나 저속 운행 시에도 번호판은 흰색으로 보였다.
경찰은 번호판 크기, 안테나 등 차량 부착물이 보이지 않아 동일한 차량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경찰은 "영상자료 화질개선 및 보정작업을 통해 폐쇄회로(CC)TV에 찍힌 마티즈 루프 전면 중앙 검은색 계열 안테나, 루프 바 및 은색 선바이저, 검정계열 범퍼 보호 가드, 번호판 위 은색 엠블럼 등이 부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어 "차량 동일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 의견, 재연결과, 차량 특징점, 변사자 최종 행적, 차량 이동 경로 등을 종합할 때 영상에 찍힌 차량이 변사자 차량이 아니라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임씨가 숨진 차량 안에서 발견된 차량등록증에는 소유자 명과 차량 번호 등이 차에 붙어 있던 구형 번호판과 일치한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경기청 과학수사계의 분석과 별도로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해 동영상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씨의 이동 경로와 행적은 물건을 구입한 상가 2곳의 물건 구입 영수증과 카드 사용내역, 12개 소의 폐쇄회로(CC)TV,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해 확인한 것"이라며 "재연 실험결과 방송영상을 캡처한 사진과 임씨의 차량을 근접 촬영한 사진을 육안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네티즌들은 임씨의 차량이 마지막으로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번호판이 흰색으로 보이자, "누군가 번호판을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도 지난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마티즈 승용차의 번호판은 초록색인 반면 임씨가 차를 운행한 사진이라면서 경찰이 언론에 배포한 폐쇄회로(CC)TV 사진을 보면 번호판은 흰색"이라며 "(이를 놓고)국민이 진실을 거짓으로 덮는다고 하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