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는요?
◆ 김성완> 신입사원을 잘 지도해서 미생하지 않고 훌륭한 사원으로 완생 좀 시켜달라,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취임사에서 한 말인데요. 그런데 최근에 교육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완생은 먼 것 같습니다. 아직도 미생인 인사혁신처장,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저도 이 뉴스 봤는데. 인사혁신처장이 강연을 했잖아요, 공무원 대상으로.
◆ 김성완> 특강을 했었죠.
◇ 박재홍> 그런데 졸았던 교육생을 색출하라, 이 지시 때문에 굉장히 시끄러웠어요.
◆ 김성완> 그냥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고요.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는데요. 이게 8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이라고 있는데,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게 되면 여기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게 됩니다. 520여 명을 대상으로 이 처장이 한 130분 동안 특강을 했다고 하는데요.
◇ 박재홍> 두 시간 넘게 했네요, 그러면.
◆ 김성완> 강연을 마친 이 처장이 난데없이 교육원 관계자에게 '엎드려 잔 교육생을 찾아내라'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특정한 장소, 그러니까 연단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뒤편, 검은 긴 머리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이렇게 이제 외모나 좌석까지 특정을 해 줬다고 하는데요. 이후에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교육원측은 교육생 자치회에 또 자치회측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교육생에게 '처장님이 엎드려 잔 사람은 반드시 찾아내라고 하셨다' 이렇게 지시사항을 전달을 했고요. CCTV까지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습니다.
◇ 박재홍> 아니, CCTV까지 확인하고 이게 참… 요즘 CCTV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그래서 잠을 잤던 교육생은 찾았나요? 못 찾았다고 그러던데요.
◆ 김성완> 네, 못 찾았습니다. 검찰이라고 그러면 1:1 대면수사를 통해서 찾아냈겠지만 교육원이니까 실제로 교육생들이 입 닫고 있으면 찾아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조금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찾던 도중에 그냥 그만뒀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생들이 반발을 했기 때문인데요. 잘한 일은 아니지만 모든 교육생에게 여자 교육생을 색출하라고 지시를 내린 건 지나치게 모욕적이다, 이렇게 반발을 했다고 합니다.
◇ 박재홍> 긴 머리의 검은 옷을 입은 여자, 이떻게 특정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근면 처장이 어제 한 종편에 나와서 취지가 잘못 전달된 거다, 이렇게 반박을 했네요.
◆ 김성완> 이 처장이 좀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긴 한데요. 이런 일로 차관급 인사가 바로 다음날, 보도가 된 다음날 나와가지고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 김성완> 인터뷰 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두 시간 가량 엎드려 있기에 교육생이 피로에 시달릴 만한 상황인지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보라는 정도의 지시를 내렸을 뿐이다, 색출하라는 단어를 쓴 적도 없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요. 한마디로 정당한 지시였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글쎄요. 교육받느라고 피곤한지… 이런 걸 물어보려고 했던 건가요? 그런데 이 처장 말대로라면 교육원측이 좀 지나치게 과잉 반응을 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러면?
◆ 김성완> 저도 그 말이 맞기를 바라는데요. 소위 장을 맡는 사람들이 흔히 써먹는 변명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상황을 보면 이 처장의 해명이 변명같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첫째, 이 처장은 마치 교육생이 걱정이 되어서 경위파악을 지시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인사혁신처 인재개발국장의 말은 전혀 다릅니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교육생을 징계하기 위해 찾아내려고 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찾아내라고 한 게 아니라 색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런 얘기가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박재홍> 행간은 굉장히 무서운 거네요, 일벌백계.
◆ 김성완> 그렇죠. 벌 주고 징계를 주겠다, 이런 거였으니까요. 둘째, 교육생들이 이 처장의 지시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벌을 주는 것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하고는 다르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교육 도중에 졸았다, 이건 분명히 잘못인데요. 이럴 때는 교육원측이 '졸지 맙시다, 다음번부터는 교육 잘 합시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하면 그 졸았던 교육생은 '내가 왜 졸았지? 아 정말 창피하다' 이러면서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인데요. 그런데 이번처럼 색출하라고 지시를 내릴 경우에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면 '처장 특강에 잤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 내가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해?' 이런 어떤 분노의 감정이나 원망이 생겨나는 겁니다. 이게 바로 모욕감입니다. 지금 교육생들이 그런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공무원의 인사 관리 전체를 책임진 처장이라면 이런 감정에 대해서 좀 유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이근면 처장 같은 경우에는 삼성 출신이잖아요. CEO 출신이고 인사 분야 최고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점을 몰랐을까요, 그러면?
◆ 김성완>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이 처장이 처음에 취임했을 때 굉장히 기대가 많았거든요.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거다, 이런 기대를 표하는 그런 사람들도 많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아마 그래서 임명을 했을 겁니다. 그랬는지 취임 초기에 기자들과 도시락 간담회도 갖고 직급이 낮은 경찰서장을 상석에 '여기에 앉으십시오' 이렇게 해서 굉장히 또 화제가 된 적도 있었고요. 인사혁신처에 직급별로 칸막이 쭉 있는 거 칸막이도 없애고 처장 자리에 '아무나 와서 의견 있으면 말해라'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해서 굉장히 화제가 많이 됐었는데. 그래서 경직된 공무원 사회의 개방적인 기업식 인사문화가 도입될 것이다는 기대감이 많았는데. 이번 일을 보면서 좀 실망했습니다. 삼성의 좋은 점이 아니라 나쁜 점을 배우고 또 그걸 공직사회에 심는 거 아닐까 이런 우려가 되는 건데요. 아시다시피 삼성그룹은 총수를,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거의 신처럼 떠받들잖아요.
◇ 박재홍> 절대적으로.
◆ 김성완> 우리는 황제식 경영이라고 말하는데요. 총수가 한 번 뜨면 모든 직원들이 우리 군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청소하고 대비하고 이런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총수를 정점으로 구성된 철저한 위계질서, 권위주의적인 그런 것들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글로벌 기업의 조직문화하고는 좀 맞지 않는다, 이런 지적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조직 내 이견도 용납되지 않고요. 이 처장이 이번에 보여준 모습을 보면 그러한 삼성의 안 좋은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우려가 된다는 거죠. 이 처장이 취임할 때 스스로 '미생을 완생으로 만들어달라' 이렇게 공무원들한테 부탁을 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미생을 완생으로 만드는 것은 이번에 제가 보니까 힘 약한 공무원이 아니라 이 처장 바로 그 자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처장한테 제가 마지막의 한말씀 드리자면 '빨리 완생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얘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 박재홍>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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