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에서는 대부분 KBL 경력자들이 뽑혀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했다. 1순위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를 비롯해 데이비드 사이먼(동부), 찰스 로드(KGC인삼공사) 등 1라운드 10명 중 8명이 KBL에서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드래프트 전 대부분 감독들이 전망한 대로였다. 다년 간의 KBL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섣부른 모험은 자칫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전례가 있었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 중에 쓸 만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게 감독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런 점에서 리카르도 포웰(32 · 196.2cm)은 기량을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였다. 전자랜드에서만 4시즌을 뛰었던 포웰은 지난 시즌 평균 22분50초를 뛰면서 18.3점 7.7리바운드 2.3도움을 올렸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0.9점, 8.9리바운드, 3.6도움의 맹활약으로 4강 진출 돌풍을 일으켰다.
유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부터 부활한 외국 선수 신장 제한이 변수가 됐다. 외인 2명 중 1명은 반드시 193cm 이하여야 하는 이른바 단신 선수 제도에 걸렸다. 190cm 중반인 포웰이 2m가 넘는 상대 장신 외인을 맡아야 하는 불리함 때문이었다. 현장에서는 "포웰이 지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행히 포웰은 2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다. KCC가 6순위로 뽑았다. 최장신 센터 하승진(221cm)을 보유한 KCC는 포웰의 3, 4번 포워드 능력이 필요했다. 포웰은 1라운드에서 뽑힌 안드레 에밋(191cm)과 최고의 테크니션 라인을 형성하게 됐다.
유 감독은 포웰의 실력과 인성을 믿고 이방인임에도 2013-2014시즌 전격 주장으로 발탁하기까지 했다. 2006-07시즌 자밀 왓킨스가 동부 주장을 맡기도 했지만 임시였다. 사실상 KBL 최초 외인 주장은 2시즌 캡틴을 맡았던 포웰이라고 볼 수 있다.
유 감독은 "드래프트에 앞서 포웰에게 '193cm 이하가 되려면 5번 척추를 좀 빼고 오라'고 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만약 외인 제도가 변하지 않았다면 포웰을 뽑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어 유 감독은 "포웰은 워낙 실력과 성격이 좋아 어디에 가든 제몫을 해줄 것"이라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포웰도 "감독님이 축하 인사를 했다"면서 "그도 나를 그리워 할 것"이라며 끈끈한 정을 과시했다. 이어 "앞으로도 굉장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훈훈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아름다운 이별을 고한 유도훈 감도과 포웰. 과연 동지에서 적으로 만나게 될 올 시즌, 둘이 펼칠 우정어린 선의의 대결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