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고달파'…쪼그라드는 청년활동

청년단체 활동 중단·축소 잇따라…청년들에게 부메랑으로

대전지역 대학가에 활발하게 일었던 청년들의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삼포세대', '오포세대'를 넘어 '칠포세대'로까지 일컬어지는 절박한 상황이 청년활동을 위축시키고 그 부메랑은 다시 청년들을 향하는 모양새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청년들의 열악한 처우에 목소리를 낸 대전청년유니온.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출범 3년이 지난 현재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청년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지만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대전청년유니온 위원장을 맡았던 장주영씨는 "당시 활동했던 사람들의 취업, 군대, 대학원 문제 등이 겹치면서 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뜻이 있어 모였지만 일이 돌아가게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노동 외 주거와 문화의 문제도 엮어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하기 어려워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전에는 10곳이 넘는 대학이 있지만 현재 두드러지게 활동하는 청년단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학가에 남은 청년활동의 상당 부분은 청년 창업이나 이른바 스펙 쌓기 용으로 전환됐다.

시민단체들도 청년들과의 유대가 약해졌다고 말한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취업을 비롯해 '먹고사는' 문제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보니 시민사회단체 활동, 불편부당한 일들을 바꿔나가는 활동을 부차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사무처장은 "과거에도 학생들의 취업 고민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일자리의 질 자체가 떨어지지는 않았고, 학내문제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선후배 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학생자치기구인 총학생회도 구조적인 문제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년활동의 위축이 무관심이 아닌 포기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가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목소리를 안 내본 것도 아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고 '그냥 공부나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그 부메랑은 청년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대학생 강모(24)씨는 올해 초 인턴과정에서 이른바 '열정페이' 문제를 겪었지만 정작 그 이후 더 큰 막막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언론에서는 떠들썩했는데 정작 대전에서는 누구와 상의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답답했다"며 "같이 인턴을 한 친구들에게 문제제기를 해보자는 말도 했지만 '취업해야 된다'는 반응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같이 목소리를 낼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연애, 결혼, 출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 여기에 취업과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의미가 더해진 '칠포세대'.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청년들이 현실에 눌려 스스로의 권리와 희망까지 놓지 않도록, 청년활동이 지속성을 갖기 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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