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직전 노후 버스, 수학 여행길 '쌩쌩'달렸다

부산경찰청, 노후버스 연식 위·변조한 업체 무더기 입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불감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수학여행에 투입되는 대형버스를 조사했더니 노후차량의 연식을 위·변조하는 것이 관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일선 학교에서 차량 등록증 원본을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학교 측의 묵인, 방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학교와 업체 간의 로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2일 오래된 버스의 자동차등록증에서 차량 연식을 오려 붙이는 방법으로 공문서를 변조, 계약한 혐의(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로 운수업체 25곳, 대표와 직원 등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운수업체 대표 김모(60)씨를 포함한 업체 대표 등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시내 100개 초·중·고교의 수학여행에 출고한 지 5년이 넘은 버스를 5년 이내 차량으로 둔갑시켜 300차례 운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기간에 수학여행을 보낸 부산시내 623개 학교의 버스 운행실태를 전수 조사해 이 같은 혐의를 확인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의 입찰에 참가하려면 버스연식이 5년 이내여야 하고, 5년 이상일 경우 6개월 마다 받은 종합 검사 점검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수학여행과 행락철이 겹쳐 수요가 폭주하자 2001~2007년식 오래된 버스의 자동차등록증을 2008년 이후에 출고된 것처럼 쉽게 위조했다.

수법은 간단했다.

새차의 차량 등록증에 노후버스의 차량 번호를 넣거나, 새 차의 버스 연식, 등록 일자 등을 오래된 버스의 자동차 등록증에 붙였다.

계약을 체결할 때 일선 학교에서 자동차등록증 원본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노린 것이다.

제주의 한 업체는 1998∼1999년 출고돼 폐차 직전인 버스를 수학여행에 동원하기도 했다.

버스는 최장 11년 운행하면 폐차한다.

특히, 부산시교육청은 수학여행,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메뉴얼을 통해 학생 수송 당일 현장에서 계약서상의 차량번호와 배차 차량이 일치하는지, 차량등록증 등을 확인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단 한차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방원범 대장은 "운수 업계에서는 노후차량의 위변조가 관행적인 것으로 확인돼 심각한 안전불감증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학교측의 묵인, 방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업체측의 로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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