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더이상 '살인의 추억'은 없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넘어가보죠.

◆ 김성완> 영화 ‘살인의 추억’ 보신 적 있으시죠?

◇ 박재홍> 화성연쇄살인사건 소재로 했던.


◆ 김성완> 맞습니다. 굉장히 화제가 됐던 영화인데요. 앞으로 이런 영화를 다시 찍지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살인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습니다. 더 이상 '살인의 추억'은 없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일명 ‘태완이법’으로 불렸던 그 법률개정안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대구 황산테러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가 되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는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해서 법안이 발의됐던 건데요.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발의를 했습니다. 올해 2월에 발의를 했는데. 그런데 심사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상당히 후퇴를 했습니다. 당초 법안은 모든 살인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아예 없애는 방안이었는데요. 또 살인 이외에 5년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의 경우에는 DNA와 같은 과학적 증거가 확보가 되면 공소시효를 10년간 더 연장하도록 이렇게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형법상 살인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폐지를 하고요. 강간치사, 폭행치사, 상해치사, 존속살인 이런 범죄는 제외했습니다. 그러니까 중범죄의 공소시효를 10년 연장하는 내용도 빠졌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사형선고가 가능할 정도로 살인을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만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의 살인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25년의 공소시효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그렇게 됐습니다.

◇ 박재홍> 태완이 사건은 안타깝게도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죠. 그런데, 지금 25년의 공소시효, 이게 2007년에 개정된 거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때도 영화 ‘살인의 추억’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데요. 2007년도에 한 차례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법률을 개정을 했습니다. 당초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너무 짧다, 영구미제사건으로 남는, 예를 들어서 개구리소년 사건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고 화성연쇄살인사건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사건처럼 계속 영구미제로 남겨놓고 그냥 갈 것이냐, 이러면 안 되겠다 이런 의견들이, 여론들이 많이 일었고요. 그래서 공소시효를 25년으로 늘렸었습니다.

◇ 박재홍> 말씀드린 대구황산테러사건, 태환이 사건은 지난 달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거 아닙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참 아이러니한게요. 우리가 일명 ‘태완이법’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태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겁니다. 아시다시피 '박재홍의 뉴스쇼'에서도 태완 군 부모님 인터뷰도 하셨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재정신청이 기각이 되니까 재항고를 하고 이렇게 하는 과정들이 있었는데. 법원에서 결국 기각이 됐었고. 지난 달 공소시효 15년이 만료가 됐습니다. 이번에 소위에 통과한 법안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구제할 수 없도록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태완이는 더 이상 저희가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태완 군에게 황산을 뿌린 범인이 앞으로 제 발로 나타나서 제가 범인이요,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공소시효가 끝이 났으니까.

◆ 김성완> 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게 또 하나가 있는데요. 국회에서 조금만 더 서둘렀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법안이 어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태완이법’ 논의가 시작된 게 올해 2월부터 법안이 시작이 되기는 했지만 지난 달에도 소위심사가 있었습니다. 있었는데, 의원들이 열띤 토론을 한 것도 아니고 의원들이 서로 몇 마디 그냥 주고 받다가 그냥 ‘다음번에 다시 심사하죠.’ 하고 넘어갔던 거거든요. 그때 만약에 서둘러서 심사를 하고 법사위 전체위 통과하고 본회의까지 갔더라면 또 한 명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듭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2014년까지 한 5년 정도 기간 동안에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사건이 16건이나 되거든요. 그러니까 5대 강력범죄까지, 예를 들어서 폭력이나 절도, 강간까지 합하면 1280건이 넘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계속 지금 공소시효가 만료되어서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조금 지체하다 보니까 또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게 된 거죠.

◇ 박재홍> 참, 사건 하나하나에도 그 속엔 수많은 가족들의 눈물이 다 담겨 있는데.

◆ 김성완> 그렇죠.

◇ 박재홍>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법안 통과에 왜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겁니까?

◆ 김성완> 사실 우리가 감정적으로만 보면, 제가 앞서 살짝 감정적인 그런 것도 포함시켜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살인죄 같은 경우에는 공소시효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야,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느냐.’ 이런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사실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좀 차분하게 생각할 필요는 있는데요. 정부나 법무부 차원으로 보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그렇지만 인권단체나 법조계 내부에서는 굉장히 우려의 목소리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반인륜적, 반인도적 살인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반대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다만 모든 살인죄까지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그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살인을 했더라도 살인의 의도가 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도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제 배제가 됐던 대상들, 아까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강간치사, 폭행치사 이런 것들 같은 경우에는 살인의 직접적인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이런 범죄 같은 경우에는 너무 우리가 중형주의만 선택할 경우에 그럴 경우에는 너무 과도한 처벌이 될 수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고요. 두번째 문제는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살인죄 공소시효를 없애기 위해서는 이게 최소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생명이 한 80년 정도, 그러니까 성인이 됐을 때 살인을 저지르면, 그럴 경우에 경찰이 살인죄와 관련되어 있는 증거자료나 수사자료 같은 경우에 최소한 80년 정도는 보관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돼요. 그럴 경우에는 그 자료들을 보관하고 또 그걸 누가 분류하고 이러는 데 굉장히 사실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 봤을 때 공소시효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외국사례는 어떻습니까?

◆ 김성완> 외국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 법정형이 사형인 범죄, 이런 경우에는 공소시효를 없애도록 되어 있어요. 우리가 지금 이번에 통과한 정도 수준, 그것보다 조금 더 강하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공소시효가 다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고요. 우리가 살인의 추억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들,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하겠지만 차근차근 고민을 한 번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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