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대부분 1라운드 지명은 KBL 유경험자들로 이뤄졌다. 1순위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2순위 데이비드 사이먼(SK), 4순위 찰스 로드(KGC인삼공사) 등이었다. 전체 10명 중 8명이었다. 새로운 선수는 3순위 안드레 스미스(전자랜드), 5순위 안드레 에밋(KCC)였다.
주목을 받았던 리카르도 포웰(196.2cm)과 애런 헤인즈(199cm)는 상위 순번에 뽑히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3년 동안 전 소속팀 전자랜드와 SK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리그 정상급 외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외인 2명 중 1명 이상을 193cm 이하 단신으로 뽑아야 하는 규정이 생겼다. 따라서 장신으로 분류되지만 2m가 되지 않고 몸이 호리호리한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상대 장신을 수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나마 헤인즈는 2m에 가까웠지만 포웰은 신장 면에서 불리했다. 헤인즈는 7순위에 가서야 오리온스의 지명을 받았지만 포웰은 1라운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장신 선수가 9명이나 뽑혀 이번 드래프트에서 미아가 될 위기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포웰은 다음 시즌에도 KBL에서 뛸 수 있게 됐다. 하승진(221cm)을 보유한 KCC의 지명을 받은 것. 그러나 2라운드 6순위였다. 1라운드 선수가 받는 월봉 3만 달러(약 3500만 원)보다 1만 달러 적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 상황에 따라 출전 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만약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포웰은 1라운드 지명도 가능했을 터였다.
▲짧고 굵은 답변 "나는 프로 농구 선수다"
이런 부분이 서운하지는 않았을까. 당초 포웰은 바뀐 규정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중에도 "배드 룰(Bad rule)"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썼다. 게다가 포웰은 3시즌을 뛰면서 매년 인상된 연봉을 받아왔던 터였다.
포웰은 그러나 의연했다. 드래프트 뒤 포웰은 "돈보다는 농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출전 시간 문제과 관련해 서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나는 프로 선수"라면서 "팀 플레이어기 때문에 출장 시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명을 받지 못할 상황에 대해서도 포웰은 "외국 선수 드래프트 룰이 바뀌었기는 하지만 나를 믿었다"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KCC에 대해 "기존 하승진, 김태술에 전태풍이 합류했고, 에밋까지 왔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팀이 될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추승균 KCC 감독도 "포웰은 우리가 뽑을 수 있는 순번에서는 가장 좋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포웰은 에밋과 함께 농구를 아는 선수라 베스트 5가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 돌풍을 일으켰던 포웰이 KCC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