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월드컵경기장의 최근 5년간 누적 적자는 33억 5천만 원이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0년 5억8637만원, 2011년 11억4283만원, 2012년 6억1514만원, 2013년 6억653만원, 2014년 4억675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이 처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지만, 이를 관리 운영하는 서귀포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경기장 시설 임대업자들의 각종 체납액도 제대로 징수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임대료 수입은 1억 5천만 원으로 4억 2천만 원의 적자를 봤다. 특히 6개(최근 1곳은 계약 해지) 입주 업체 가운데 2개 업체는 임대료 2억8000만원을 체불한 상태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서귀포시청과 업체 간 임대료 문제로 해마다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주요 수입원이 임대료에 그치고 있지만 10년 전 임대료에서 변화가 없다.
입주 업체들도 월드컵경기장 활성화를 위해 경기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지만 축구경기 횟수가 기대만큼 크지 않고 각종 이벤트도 거의 없어 불만이 크다. 오히려 월드컵경기장 시설을 유지하고 있고 있다는 생각이다. 입주 업체 임대 기간은 20년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건축된 전국의 경기장 가운데 제주월드컵경기장 처럼 적자를 보는 곳도 있지만 흑자를 기록하는 곳도 많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지난해 1년간 91억4000만원의 흑자를 보였고, 광주월드컵경기장(31억4000만원), 전주월드컵경기장(1억4000만원), 수원월드컵경기장(6700만원)도 흑자다.
그러나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40억7300만원 적자를, 인천월드컵경기장과 대전월드컵경기장도 각각 16억 원, 12억6000만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 처럼 제주월드컵경기장의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제주발전연구원이 경영수익 확대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21일 발표해 주목된다.
제주발전연구원 조사 결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월드컵경기장은 대부분 시설 운영을 전문기관이 아닌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연구를 맡은 제주발전연구원 최영근 연구위원은 “국내 10개 월드컵경기장 대부분이 전문적 관리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내 관련 부서나 산하 단체, 체육회 등이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주월드컵경기장도 서귀포시청 스포츠지원과에서 경기장 관리와 시설 운영을 맡고 있다. 이는 현재 월드컵 경기장의 시설은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설 전문 운영기관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복합체육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장기 전략으로 스포츠용품 아웃렛 몰과 음식백화점 조성, 스포츠커뮤니티 플라자 조성, 월드컵 유스호스텔 조성, 제주월드컵타워 건립, 경기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겸용 구장 조성 등을 제안했다.
특히 제주월드컵경기장의 효율적인 관리․운영을 위해 경기장을 제주 연고 프로축구 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FC에 위탁 관리를 맡기거나 향후 체육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관리를 맡기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서귀포시도 비슷한 생각이다. 제주유나이티드FC와 맺은 경기장 무상 이용계약이 내년 2월에 끝남에 따라 경기장 이용료를 유료화하거나 구단주인 SK그룹에 위탁 관리를 모색하고 있다.
이른바 네이밍 라이트(구단 명칭 사용권)를 통해 SK그룹에 위탁 관리하는 방안으로 이 경우 제주월드컵경기장은 가칭 ‘제주SK월드컵경기장’ 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위탁 경영에도 넘어야할 산이 있다. 현재 영업을 하는 입주 업체와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남아 있는 6개 입주 업체 가운데 최장 임대기간은 2025년까지 앞으로 10년이 남아 있는 상태다.
한일 월드컵 개최 당시 건설된 전국 10대 도시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운영 적자 폭이 가장 큰 곳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인 만큼 제주도와 서귀포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총사업비 1125억 원을 들여 서귀포시 법환동 13만4122㎡ 부지에 조성됐다. 경기장 관람 수용 인원은 2만9천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