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피의자가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범행 동기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살충제 음료수 음독사건의 피의자인 박 모 할머니(82)가 20일 구속되면서 경찰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물증만으로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핵심 물적 증거는 3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살충제 원액 병이다. 경찰은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살충제 원액 병을 피의자 집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음료수에 들어 있던 성분과 같은 것으로 3년 전 판매 중지된 것이다.
다음은 음료수에 살충제를 타기 위해 담아 갔던 드링크 병도 제시하고 있다. 역시, 이 병에서도 피해 할머니들이 마셨던 것과 같은 살충제 성분이 발견됐다.
피의자의 옷과 스쿠터 등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도 유력 증거다.
경찰은 옷이나 스쿠터에 묻은 살충제 성분은 피해 할머니들이 구토 증세를 보일 때 우연히 묻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의 토사물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근거다.
특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부분이 바지 주머니 안쪽과 상의 단추 부분으로 우연히 묻기 어려운 곳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범행 동기도 평소 피해 할머니들과 원만한 관계였다는 것과는 다른 정황이 드러났다.
3년여 전 농지 임대료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평소 마을회관에서 화투 도박을 하다 다툼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피의자 가족과 변호인 측은 경찰 수사가 짜 맞추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집 주변에서 발견된 살충제 병은 자신과 무관하고 다른 사람이 모함하기 위해 집 주변에 버린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결정적으로 농약병에서 지문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옷이나 스쿠터에서 나온 살충제 성분은 피해 할머니들을 돕다 우연히 묻은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찰이 살충제 구입경로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결정적으로 동기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지 임대료 문제는 3년이나 지난 것이고 마을회관에서 노인들이 소일삼아 한 화투가 범행 동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추궁하는 등 보강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보강 수사를 통해 결정적 물증이 제시되거나 피의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백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법정에서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