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원은 특히 의혹을 해소하는데 나서기 보다는 국정원의 발표를 왜 믿지 않느냐고 야당과 언론을 압박하면서 사상 유례 없는 국정원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면서 오히려 의혹을 더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정원은 왜 스스로 의혹을 키우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국정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거냐?
= 그렇다. 이번 해킹의혹에 대한 국정원의 대응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국정원은 사망한 임모 씨가 삭제했다는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불러온 자료' 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정보기관이 스스로 국가기밀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국정원은 또 직원일동 명의의 사상유례없는 성명서를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직원이 몇 명인지 그 자체가 비밀인데 그 직원일동의 명의로 성명을 냈다는 건 국정원의 조직체계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이해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유서도 직원 일동의 성명도, 국정원의 대응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자료 삭제도 이해가 안 되고, 유서도 이해가 안 되고 성명도 이해가 안되고 빨리가서 보자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합리적으로 이게 이럴거야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이 눈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 국정원 직원일동의 성명은 집단행동 아닌가?
안상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국정원 직원들의 공동성명 발표는 공무원법상 단체행동금지, 정치관여행위 위반으로서 징계 및 형사처벌 대상 아닌가요?"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교조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도 다 처벌, 징계했고 대법원에서도 유죄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정원 직원들을)고발할 사람 누구 없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안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12. 4. 19. 선고 2010도6388 전원합의체 판결)와 국가공무원법, 국가정보원법, 국가정보원직원법의 구체적인 조문을 들며 공동성명은 명백한 법률위반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의 단체행동이 국정원장의 허가만 받아서 되는건지?"의문이라면서 "성명 내용도 단순하게 애도의 표시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야당에 대한 공격이 포함돼 있기때문에 정치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존에 나왔던 '국정원장 말씀'과 거의 흡사한 내용이기 때문에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규정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대체 어느 나라 정보기관 직원들이 공동성명이라는 집단행동을 하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지도부가 직원들을 앞세워 여론 공작을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일개 기관이 직원 일동 명의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고 논평했다.
전직 국정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직원일동의 성명이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고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일"이라면서 "이 성명은 '우릴 건드리면 더 이상 나갈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도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한마디로 국정원이 이성을 잃었다"면서 "(성명은)직원들의 의사와 관계없는 국정원 지휘부의 탈법적인 행동으로, 그런 성명서를 낸다는 자체가 정치적인 중립을 깨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국정원은 집단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나?
국정원 관계자는 '직원일동의 성명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그런 부분은 우리가 감수하고 낸 것"이라면서 "(성명을) 내는 게 바람직하냐 여부를 떠나 너무 도를 넘었다고 직원들이 느꼈기 때문에 방어차원에서 낸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행동임을 알면서 성명을 냈다는 얘기다.
국정원 직원일동 명의의 성명은 명의만 직원일동이지 사실상 국정원의 성명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직원 일동의 성명은 이병호 국정원장의 결재를 받았다"면서 "직원들이 연서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은 칸막이가 엄격한 조직인데 직원일동 성명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서대표들이라거나 그런 사람들 의견을 모은 것"이라면서 "기업에서 임직원 일동으로 성명을 낼 때 전직원들 서명하고 내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왜 사상유례없는 직원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다른 나라에서는 '노코멘트'로 넘어가는데 우리만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야당 등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내게 됐다"면서 "도가 지나친것 같다. 정보기관을 무력화 시키려는 것 같다. 직원들의 충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 결국은 국정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건데? 왜 이렇게 스스로 의혹을 키우는 거냐?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이 전혀 국정원스럽지 못하다"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대고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해킹 문제가 불거진 뒤 국정원의 대응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고 그런 모습이 무언가를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국정원이 의혹을 키우는 건 직원일동의 성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직원일동 명의의 성명이 나온 건 임모 씨가 사망한 게 드러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자살의 동기조차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는데 직원들이 서둘러 성명부터 낸 것이다.
성명의 내용도 "국정원은 이미 국민에 대한 사찰이 없었음을 분명히 했고 정보위원님들의 현장방문을 수용했다"라면서 국정원이 아니라고 했으니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직원이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면서 "고인의 죽음으로 증언한 이 유서 내용은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국정원 직원 임모 씨의 유서를 보면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 국정원은 직원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면서 유서를 믿으라고 강요한다. 문제가 없다면서 자살을 했는데 그 유서를 무조건 믿으라고 하면 믿을 수 있는 거냐?
국정원 직원들의 집단성명은 국정원장의 결재를 받았다고 하지만 명백한 집단행동으로 대통령 직속 기관인 만큼 사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국정원장이 직원들의 집단행동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결재했다면 그 또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 임모 씨의 유서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는데?
짊어진다는 건 짐을 떠안는다는 표현인데 이는 자신의 잘못 뿐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도 자신이 떠 안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정원에 남긴 유서에는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켰다",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뭘까? 내국인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하는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국정원 직원 임 씨는 또한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면서 "우려하실 부분은 전혀 없다"고 유서에 남겼다. '우려하실 부분은 전혀 없다' 말은 '문제 있는 대목은 삭제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은 아닌지?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는 대목은 뭔가 잘못을 했다는 것인데 그 잘못이 무엇인지? 또 그 잘못은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서라기보다는 시말서와 같은 글이고 특히 마지막에 "감사합니다"는 건 무엇에 대해 감사한다는 것일까? 또 누구에게 감사한다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 국정원에서 삭제된 파일의 복구는 가능한 거냐?
=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데 가장 문제는 국정원이 100% 복구했다며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더라도 이게 일부만 복구한 것인지 아니면 100% 복구한 것인지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 전문가가 삭제를 했다. 통상 일반인들이 파일을 삭제하는 것과 전문가가 삭제하는 건 수준이 다를 것이다.
신경민 의원은 "파일 삭제가 이해 안 되는데 삭제 된 파일을 100% 복구한다는 게 이해가 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정보위원들은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얘기하지만 이미 국정원의 댓글사건에서 국정원 서버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한 검찰관계자는 "사상 최초의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솔직히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면서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관계자는 "국정원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이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 이상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으면 국정원장이 버티고, 그러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가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된 과학정보국 같은 곳도 어디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안내를 하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고 엉뚱한 곳은 과학정보국이라고 해도 도리가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전문가도 아니고 수사권도 없는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임모씨가 삭제한 파일을 100% 복구했는데 민간인 사찰이나 선거관련 사찰은 없다'라고 한다면 그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합리적인 의심을 국정원에 대한 매도라고 공격하면서 국정원이 아니라고 하면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합리적인 의문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첩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