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하나. 그는 3학년을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냈다. 그런데 1학기는 스웨덴에서, 2학기는 네덜란드에서 공부했다. 학기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웨덴에서도 '전학'을 만류했다고 한다. 어렵게 적응해서 잘 다니고 있는데 굳이 불편하고 번거롭게 왜 떠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이미 기울어 있었다. 그래서 네덜란드 학교에 화란어로 쓴 '이메일 폭탄'을 보냈다. 그의 집요함에 네덜란드 학교도 결국 승낙했다. 그 험난한 길을 꼭 걸어야 했던 이유가 뭘까? 그는 "두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1년의 기간에 최대한 변화를 주고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는 한번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의 소유자다. 공부도 그랬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동아리활동과 학업은 병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고 싶었다. 결국 직전 학기인 4학년 1학기 때 4.5 만점을 받아냈다. 동아리 활동으로 대학시절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던 때였다. 이 같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그는 집중력과 집요함으로 설명되길 거부했다. 대신 늘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실제로 그랬다. 교환학생 시절 때도 1학기 때 평점이 C+였던 것을 2학기 때는 A로 끌어올렸다.
그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사 예능PD를 준비하고 있다. 마당극을 하는 동아리에서 4년간 활동하면서 제작이나 연출의 묘미를 톡톡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왜 PD를 갈망하는지에 대해 그는 취준일기에서 "바라고 기획해야만 실제가 될 수 있는 그 과정이 좋다. 무서워하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좋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짧은 취업전선에서 특유의 집중력도, 집요함도, 잠재력도 모두 무기력하기만 했다. 서류전형, 그것도 인턴 서류전형 결과에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래서 다짐 중이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고시공부하라며 압박했던 어머니도 다행히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 장기 취준 레이스를 선언한 그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다독였다. "7년 정도는 못 기다려 주겠느냐?"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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