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번개탄'은 국정원 사건에서 실체를 밝히는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국정원 직원이 자살을 시도할때마다 사건의 진실은 꼬리가 잘리거나 파묻혔다.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기도는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사건은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국정원의 임 모(45) 직원이 18일 낮 12시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씨는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자살을 기도했다.
임씨는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포함된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발견 당시 임씨는 운전석에 앉아 숨져 있었으며, 조수석 앞과 뒷좌석에는 다 탄 번개탄이 발견됐다.
조수석에는 A4 용지 크기의 노트에 자필로 쓴 유서 3장이 놓여 있었다. 유서는 각 장마다 가족, 부모, 직장에 하고 싶은 말이 쓰여 있었다.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을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직원의 번개탄 자살 기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22일 오후 1시 33분께 경기도 하남시 하남대로(옛 신장동) 모 중학교 앞에 주차된 싼타페 승용차 안에서 국정원 대북파트의 권 모 과장도 번개판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했다.
당시 권 과장은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시도했지만 지난던 행인의 신고로 생명을 구했다. 권과장 차량 조수석 바닥에서는 철재 냄비 위에 재만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권 과장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5)씨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 핵심증거를 조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시도했다.
권 과장은 전날인 21일 검찰에서 3차 소환 조사를 받던 중 조사를 거부한 채 불만을 토로하고 검찰청사를 뛰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권 과장은 "검찰이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일해 온 대공수사국 요원들을 위조 날조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온갖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유례없는 국정원의 간첩 서류 조작사건 수사는 국정원의 최종 지시 책임자를 밝히지 못한 채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권 과장의 자살 기도로 국정원이 유우성씨와 관련한 검찰측 제출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됐지만 수사는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권 과장은 번개탄 자살 기도이후 수일 만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본인과 국정원 주변에서는 '기억상실 증상'을 보인다는 말도 흘러나왔지만 5개월 뒤 기소됐다.
국정원의 직원들의 번개탄 자살기도라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책임자들은 '보안'을 이유로 매번 뒤에서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